민주당이 제보받았다며 이날 재생한 파일은 윤 대통령이 취임식 하루 전인 2022년 5월 9일 명 씨와 통화한 내용을 담고 있다. 윤 대통령이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그거는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하자 명 씨는 “평생 은혜 잊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 통화가 이뤄진 다음 날 김 전 의원은 연고가 없는 경남 창원의창 6·1보궐선거에서 공천을 신청한 다른 7명을 제치고 단수 공천을 받았다.
대통령의 공천 개입은 사실로 확인될 경우 공무원의 선거 중립 의무를 규정한 헌법과 공직선거법 위반이 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정무수석실을 통해 여론조사를 하고 선거 및 경선 전략을 수립하도록 한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공교롭게도 당시 박 전 대통령을 기소한 서울중앙지검의 책임자가 윤 대통령인데 당시 검찰은 징역 3년을 구형했었다.
윤 대통령은 김 전 의원의 공천을 언급할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지만, 김 전 의원의 공천이 확정된 날은 대통령에 취임한 날이어서 선거법 위반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더구나 대선 후보 시절 명 씨가 해준 여론조사 비용 3억7000만 원을 지급하는 대신 김 전 의원 공천을 줬다는 거래 의혹까지 제기된 상황이어서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 등도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명 씨가 문제의 통화를 하던 상황을 지인에게 묘사하는 녹음 파일도 공개됐다. 내용 중에는 명 씨가 “지 마누라가 옆에서 ‘아니 오빠 명 선생 그거 처리 안 했어?… 오빠 대통령으로 자격이 있는 거야?…”라고 말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이는 윤 대통령이 김 여사 닦달에 자신의 공천 요구를 들어주는 통화를 김 여사 앞에서 보란 듯이 했다는 뜻으로 들린다. 김 여사가 공천과 국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는 세간의 의혹을 뒷받침해주는 듯한 내용이다.
대통령실은 “공천 관련 보고를 받은 적도, 공천을 지시한 적도 없다. 명 씨가 김 후보 공천을 계속 이야기하니까 그저 좋게 이야기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날 폭로로 “2021년 경선 막바지 이후 명 씨와 관계를 끊었다”는 대통령실의 기존 해명이 거짓임이 드러나 대통령 부부를 둘러싼 각종 의혹은 증폭될 전망이다. 영부인이 아닌 대통령의 공천 개입 정황이 드러난 만큼 정치적 법적 책임 여부를 더욱 엄격히 가리지 않을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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