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관세전쟁 한복판에서 '주 4.5일제' 들고나온 국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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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4.14 17:51 수정2025.04.14 17:51 지면A31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근로시간 단축 없는 주 4.5일제 도입’을 대선 공약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월~목요일에 1시간씩 더 일한 뒤 금요일 오후를 쉬는 방식이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수년 전부터 주 4일제와 과도기적 주 4.5일제를 주장해온 만큼 근로일 단축이 조기 대선의 화두로 급부상할 조짐이다.

국민의힘의 주 4.5일제는 민주당과 다르다는 게 권 위원장의 주장이다. 민주당 안은 근로시간을 줄이고 급여는 유지하는 포퓰리즘 성격이지만 국민의힘 안은 근로시간 유지와 워라밸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런 설명의 설득력 여부를 떠나 트럼프발 관세전쟁으로 주력 기업과 산업이 생존을 걱정하는 격변기에 이런 제안은 부적절하다. 더욱이 조기 대선을 앞두고 불쑥 던진 것은 노동개혁을 주창해온 보수 정당에 어울리지 않는 포퓰리즘이다.

기본소득론자인 이재명 전 대표까지 성장을 강조할 만큼 한국 경제는 절박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성장을 유지하고 회복하는 데 필요하다면 주 4일제가 아니라 주 3일제라도 도입해야겠지만 그런 마법은 없다. 지금은 주 4.5일제로 근로자 환심을 사기보다 경쟁력 추락의 주요 원인인 노동생산성 제고에 머리를 맞댈 때다.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2023년)은 44.4달러로 OECD 38개국 중 33위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정치투쟁에 능한 귀족화한 강성노조의 몽니에 끌려간 탓이 크다. 지금은 기업 경쟁력을 갉아먹는 갈라파고스 규제인 경직된 주 52시간제 개선 등 노동시장 유연화에 집중할 때다. 미국에서는 근무시간에 태만하거나 제 역할을 못하는 근로자는 바로 해고되지만 한국은 다르다. 이 같은 후진 노동문화를 그대로 둔 채 금요 휴무를 확대하는 것은 노동조합 영향력이 센 대기업, 공기업, 금융사 근로자만 좋아할 노동 포퓰리즘이다.

생산성이 개선되지 않으면 2040년께부터 ‘성장률 0% 시대’가 고착화(한국경제학회)한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 자율로 결정할 주 4.5일제를 법으로 강제한다면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섣부른 주 4.5일제 카드는 강성·귀족 노조의 기득권만 더욱 공고하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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