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1년 만에 한국 찾은 시진핑 中 국가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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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10.31 17:34 수정2025.10.31 17:34 지면A23

11년 만에 한국을 국빈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늘 이재명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시 주석의 가장 최근 한국 방문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이다. 우리나라 대통령의 마지막 중국 방문 역시 8년 전 문재인 정부 때다. 이웃 국가로서 비정상적으로 소원했던 최근 10년이다.

1992년 수교 이후 꾸준히 경제 협력과 교류를 늘려 온 한·중은 2008년엔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 관계를 격상시켰다. 하지만 2016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한국 배치 결정 이후 양국 관계는 급속도로 냉각됐다. 북한의 핵 개발은 방관한 중국이 방어용 사드를 이유로 한국엔 관광 제한, 문화콘텐츠 수입 제한 등 ‘한한령(限韓令)’ 제재를 가했다. 중국의 보이지 않는 보복에 우리 기업들이 입은 손실은 천문학적이다.

시 주석의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은 내년 개최국이라는 명분 외에 다목적 포석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관세를 앞세워 세계 무역질서를 뒤흔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맞서 자신과 중국의 대항마적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봐야 한다. 세계 최대 다자외교 무대인 APEC은 안성맞춤 기회일 것이다. 또한 트럼프를 직접 만나 양국 간 무역전쟁 수위를 낮출 필요가 있었다. 두 정상은 그제 관세 인하와 희토류 수출 재개를 주고받으며 1년 휴전에 합의했다. 관세협상을 매개로 갈수록 미국에 밀착하는 한국이 자국으로부터 더 멀어져서는 안 된다는 판단도 작용했을 것이다.

한·중 정상회담은 한·미처럼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국빈 대접을 할 만한 상황도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나름 중국 측을 예우하는 외교적 배려에 가깝다. 그렇다고 할 말을 참거나 미뤄서는 안 된다고 본다. 당장 양국 간에는 중국이 서해 잠정조치 수역에 일방적으로 설치한 해양구조물 문제 등이 있다. 한한령의 전면 해제도 우리에겐 중요한 문제다. 오늘 정상회담에서 미래 지향적이고 상호 협력적인 대화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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