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무한대[내가 만난 명문장/이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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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무한대이외다.”―김명순 ‘사랑?’ 중 이서수 소설가·‘우리 착한 나진’ 저자 연애를 삶의 필수요소로 보지 않는 오늘날에도 영화와 책에선 사랑 이야기를 자주 접한다. 그러나 사랑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발견하기는 어렵고, 그러기 위해 사랑 이야기를 보는 사람은 드물다. 사랑이 무엇인지 새로이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을 본 기억도 희미하다. 나 역시 사랑의 본질을 탐구하는 건 현실의 시급한 고민을 먼저 해결하고 난 뒤의 일로 여겼다. 그러던 차에 맞닥뜨린 문장이라 더욱 아팠던 모양이다. 사랑과 무한대가 나란히 놓인 걸 본 순간 일시적으로 세상이 멈춘 듯했다. 사랑에 대한 식상한 정의를 뒤로 밀어내며 나를 향해 힘차게 달려오는 목소리. 봐, 네가 잃어버린 줄도 몰랐던 사랑에 대한 진실한 정의가 여기에 있잖아. ‘사랑은 무한대이외다.’ 간결하고 힘 있는 이 문장은 김명순이 백 년 전에 쓴 글의 일부다. 누구보다 뜨겁게 살았고 치열하게 글을 썼던 근대 여성작가. 비극적 개인사를 헤아려보지 않더라도 시대를 초월해 독자의 눈길을 붙드는 강한 힘이 깃든 문장을 썼다. 이어지는 글에서 김명순은 우리의 무지를 밝혀 놓는다. ‘잠시 사랑이라는 것을 맛보고는 그것이 전체의 사랑인 줄로 오해’한다고. 사랑의 한계를 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날마다 새롭게 창조되는 것임을 우리는 모른 채 살아간다. 그렇게 낡은 울타리 안에 사랑을 가둬놓고 점점 쪼그라드는 상태를 방치하는 동안 우리의 한계 없는 사랑은 바싹 말라붙어 간다. 그 자리에 샘물을 채워 목마른 말처럼 지친 삶의 목을 축이게 할 수 있다면. 큰 변화가 아니더라도 작은 선의와 다정을 가능하게 만드는 사랑이 도처에 찾아올지도 모른다. 백 년이 흐른 지금, 김명순의 문장은 더욱 날카롭고 뜨겁게 우리를 찌른다. 사랑이 무한대라면 정말이지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이서수 소설가·‘우리 착한 나진’ 저자©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좋아요 0개 슬퍼요 0개 화나요 0개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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