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간만에 충돌없이 영장집행
제지 없이 1·2차 저지선 통과
與의원 30명 스크럼 짜고 항의
공수처 검사·尹측 변호인단
1시간53분 담판 끝에 영장 집행
비상계엄 공조수사본부(공조본)가 체포영장을 제시하고 윤석열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5시간20분에 불과했다. 지난 3일 체포영장 1차 집행을 시도했던 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 수사관들이 5시간30분간 대치한 끝에 결국 영장 집행을 포기하고 빈손으로 철수한 모습과 대비된다.
15일 아침 해가 떠오르기 전 시작해 오전 내 마무리된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2차 집행에서 공수처·경찰과 경호처 간 물리적 충돌이나 유혈 사태는 전무했다.
이번 체포영장 집행이 수월했던 가장 큰 이유로는 경호처의 내부 균열이 꼽힌다. 공조본의 계속된 흔들기에 경호처는 최근 크게 동요하는 기색을 보였다. 경호처 수뇌부는 “필요시 무력 사용도 검토하라”며 강경 대응 태세를 유지했으나, 이것이 오히려 경호관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며 내부 붕괴를 불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1차 영장 집행 당시 관저 저지선에 ‘인간띠’로 동원됐던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55경비단과 33군사경찰경호대도 이번에는 장애물 역할을 하지 못했다. 1차 집행 당시 인간띠를 위해 사병을 동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국방부는 부적절한 조치였다며 2차 영장 집행에는 협조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경찰의 인해전술 작전도 경호처를 압박한 것을 보인다. 지난 3일에는 공수처 인력 30명과 경찰 인력 120명 등 150명이 투입됐는데, 경찰은 2차 집행을 앞두고 인원을 8배 많은 1000명 선으로 대폭 늘렸다. 특히 현장 경험이 풍부한 서울·수도권 광역수사단 소속 형사를 투입하고 진입조·체포조·호송조 등 역할을 미리 분담했다. 차벽과 철조망 등으로 ‘요새’가 된 관저에 진입하기 위해 사다리와 절단기 등도 준비했다.
체포 과정을 시간대별로 살펴보면 공수처와 경찰의 첫 움직임은 이날 새벽 4시께에 시작됐다.
공수처와 경찰은 오전 4시 28분께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 집결했다. 현장에서 공조본은 관저 경내에 진입할 준비를 마치고 5시 10분께 관저 입구 앞에서 경호처에 체포·수색영장을 제시했다.
이때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30여 명은 5~6줄로 스크럼을 짜고 ‘불법 체포’를 외치며 영장 집행에 항의했다. 윤갑근·김홍일 등 윤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정당한 공무집행이 아니다”며 반발했다. 공조본이 “영장 집행을 방해하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다”는 경고 방송을 반복했지만, 체포된 이는 없었다.
경찰은 1차 저지선에 둘러쳐진 철조망을 절단기로 제거한 뒤 오전 7시 31분께 사다리를 이용해 차벽을 넘어 관저로 이어지는 길에 발을 들였다. 이때도 공조본을 저지하는 경호처 직원은 없었다. 1차 저지선을 통과한 공조본은 속전속결로 이동해 7시 57분께 3차 저지선인 관저 철문 앞 초소까지 다다랐고, 8시 25분께 철문이 열렸다. 이후 8시 40분께 공수처 검사가 윤 대통령 측 변호인단과 만나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 집행에 따라 윤 대통령을 체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수처와 변호인단 간 협상 끝에 윤 대통령이 관저 밖으로 나오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이 경기도 과천시 공수처 청사로 이동하는 차량에 오른 시점은 오전 10시 33분으로, 공수처 검사가 윤 대통령 측 변호인단을 만난 지 1시간53분 만이었다.
당초 경찰은 이번에도 경호처가 체포영장 집행을 막아선다면 개별 경호관들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현행범으로 체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또 경찰은 윤 대통령을 체포하기에 앞서 김성훈 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의 신병을 우선 확보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경호처의 방어선이 무력하게 무너지면서 이날 영장 집행 과정에서 체포된 이는 윤 대통령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