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성장의 그늘, 빚내서 버티는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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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에서 밀려난 청년들] 반도체 수출 호황, 남의 나라 얘기 AI에 일자리 뺏기고 안전망도 부실 韓, 긴급복지 연명 3년새 38% 늘고 대만 노동자 70%, 평균 월급 못받아 서울에서 디자인 회사 마케터로 일했던 박현우(가명·36) 씨는 지난해 구조조정으로 밀려난 뒤 프리랜서로 생계를 이어갔다. 하지만 거래처들은 그 일마저 “인공지능(AI)으로 해 보겠다”며 거둬 갔다. 일감은 줄었는데 박 씨와 가족의 빚은 그대로였다. 빚을 갚고 나면 손에 쥐는 생활비는 월 80만 원. 숙박업소 일자리를 구해 제주로 온 그는 위기 가구에 주는 월 70만 원의 긴급복지 지원금으로 석 달을 버텼다. “필사적으로 살고 있어요. 진짜 간신히….” 7일 통화에서 그는 “조건 하나가 무너지면 와르르 무너질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18일 오후 11시 50분경 대만 타이베이의 한 편의점 앞. 대학생 러우이 씨(22)는 밤 12시가 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소비기한이 임박한 도시락에 할인 스티커가 붙는 시간이다. 심리학을 전공하는 그는 카페와 과외 아르바이트를 닥치는 대로 해왔지만 월 수입은 58만 원 남짓이다. 방값을 내면 남는 게 없다. 아버지가 안 계신 집이라 도움을 받기는커녕 어머니의 빚까지 자기 명의로 떠안았다. 러우이 씨는 “항상 편의점 마감 할인과 장학금 공고를 찾아다닌다”고 했다.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 수출이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지만, 적잖은 양국 청년에게는 남의 나라 얘기다. 오히려 주거비가 치솟으면서 하루를 버티는 것도 버거운 처지다. 한국에서 긴급복지를 받은 20, 30대는 3년 새 38.4% 늘었다. 청년(15∼29세) 취업자는 47개월 연속 줄었고, 고용률은 44.0%로 29개월째 하락세다. TSMC를 앞세워 호황을 누리는 대만에서도 올해 상반기(1∼6월) 노동자 10명 중 7명이 평균 월급에 못 미쳤다. 지난달 18일 웨인(사진 왼쪽·가명·28) 씨가 대만 타이베이의 본인 방에서 침대에 걸터앉아 대출 광고 우편물을 들여다보고 있다. 12일 서울 광진구의 한 청년주택 공용공간에서 조명산 씨(31)가 책상에 앉아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 타이베이=조승연 기자 cho@doonga.com·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취재팀이 만난 한국과 대만의 빈곤 청년 10명은 모아 둔 돈도, 기댈 부모도, 공적 안전망도 없다고 호소했다. 이런 상태에서 일자리와 보금자리마저 흔들리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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