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가 무너질때 굉음, 인류를 향한 SOS 신호는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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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빙하가 무너질때 굉음, 인류를 향한 SOS 신호는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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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노라마 영상이 펼쳐지는 한 미디어 전시실에 들어서자 흑백의 화면에 코끼리 울음소리 같은 굉음이 울려퍼졌다.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의 1·2전시실은 포화된 도시와 차별에 대한 저항 등을 상징하는 '부딪침 소리', 3전시실은 다층적인 세계를 탐구하는 '겹침 소리', 4·5전시실은 우주와 분자 등 근원적인 세계를 조명하는 '처음 소리', 양림동 전시는 공동체 의식을 상기시키는 '양림-소리 숲'으로 꾸며졌다.

공간과 소리를 활용한 전시인 만큼 큰 스케일의 설치 작품과 전시 공간마다 바뀌는 다채로운 사운드, 오감을 자극하는 체험형 작품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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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비엔날레 12월1일까지
'판소리, 모두의 울림' 주제
30개국서 72명 작가 참여
대형 설치·다양한 소리로
공간의 지속가능성 탐구
파빌리온 31개관 역대최대

제15회 광주비엔날레가 '판소리, 모두의 울림'을 주제로 개막한 가운데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 사디아 미르자의 비디오 작품 '빙산 충돌(Iceberg Collisions·2024)'이 상영되고 있다.  광주 송경은 기자

제15회 광주비엔날레가 '판소리, 모두의 울림'을 주제로 개막한 가운데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 사디아 미르자의 비디오 작품 '빙산 충돌(Iceberg Collisions·2024)'이 상영되고 있다. 광주 송경은 기자

지난 7일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파노라마 영상이 펼쳐지는 한 미디어 전시실에 들어서자 흑백의 화면에 코끼리 울음소리 같은 굉음이 울려퍼졌다. 기후변화 탓에 면적이 1만1000㎢에 달했던 남극의 세계 최대 빙산 'B-15'의 일부가 지난해 붕괴하면서 냈던 소리다. 화면에선 B-15가 부서질 당시 레이더에 포착된 전파를 시각화해 제작한 영화가 상영됐다. 파키스탄 출신 작가이자 인류학자인 사디아 미르자가 미국 항공우주국(NASA) 등 과학자들과 협업해 만든 비디오 작품 '빙산 충돌(Iceberg Collisions·2024)'이다.

전시장에서 만난 미르자는 "빙하가 분리되는 소리는 일종의 언어로 마치 SOS 신호처럼 울린다. 빙산의 붕괴는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됐지만, 인간은 굉음을 낼 때야 비로소 이를 알게 됐다"며 "위성 사진으로는 이미 빙산이 무너져내린 뒤에만 알아차릴 수 있고 빙산 아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볼 수 없지만, 빙산이 내는 소리에 귀 기울이면 기후변화를 추적 관찰할 수 있다. 작업을 통해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 울리는 경고음을 알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창설 30주년을 맞은 아시아 최대 비엔날레 '광주비엔날레'가 '판소리, 모두의 울림'을 주제로 오는 12월 1일까지 광주 전역에 걸쳐 펼쳐진다. 30개국의 작가 72명이 참여하는 본전시는 광주비엔날레 전시관과 양림동 일대 8곳에서 개최된다. 제3세계나 젊은 작가도 상당수 포함됐다. 판소리는 한국 전통의 극창이기도 하지만, 전시 주제에서는 공간을 의미하는 '판(板)'과 '소리'를 합친 '사운드스케이프(soundscape·소리환경)'의 개념에 좀 더 가깝게 사용됐다. 일종의 중의적 의미다. 소리를 통해 동시대 지속가능한 공간을 탐색한다.

전시 기획을 맡은 프랑스의 니콜라 부리오 감독은 주제와 관련해 임권택 감독의 영화 '서편제'(1993)를 언급했다. 그는 "영화를 두 번째로 보면서 영화의 진짜 소재가 1950년대 전쟁 후 폐허가 된 시골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거기서 공간과 소리라는 단서를 얻어 걸어 들어갈 수 있는 오페라 같은 전시를 만들고자 했다"며 "판소리는 목소리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는 여러 이유로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도 담았다"고 설명했다.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 설치된 타비타 르제르의 비디오 작품 '궤도 디아파종'(2021).  광주 송경은 기자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 설치된 타비타 르제르의 비디오 작품 '궤도 디아파종'(2021). 광주 송경은 기자

본전시는 크게 네 가지 섹션으로 구성됐다.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의 1·2전시실은 포화된 도시와 차별에 대한 저항 등을 상징하는 '부딪침 소리', 3전시실은 다층적인 세계를 탐구하는 '겹침 소리', 4·5전시실은 우주와 분자 등 근원적인 세계를 조명하는 '처음 소리', 양림동 전시는 공동체 의식을 상기시키는 '양림-소리 숲'으로 꾸며졌다.

공간과 소리를 활용한 전시인 만큼 큰 스케일의 설치 작품과 전시 공간마다 바뀌는 다채로운 사운드, 오감을 자극하는 체험형 작품이 눈길을 끌었다. 일례로 마르게리트 위모는 태양 주기에 연동된 발광다이오드(LED), 센서 기반 스피커, 광합성 미생물 등을 활용한 대규모 설치 작품 '*휘젓다'(2024)를 선보였다. 권혜원 작가는 비디오 작업 '포털의 동굴'(2024)을 통해 학살을 피해 동굴로 숨어드는 사람들 소리, 길 잃은 노루가 동굴을 헤매는 소리 등 약자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프랭크 스컬티는 광주 곳곳에서 수거한 캔, 플라스틱, 철근 등 쓰레기로 악보의 음표를 나타낸 작품 '광주 기록'으로 도시 사람들의 소비 흔적을 시각화했다.

인접한 작품들끼리 서로의 소리를 공유하도록 한 것도 의도적인 연출이다. 다만 일부 관람객 사이에서는 전시가 다소 산만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광주비엔날레 본전시와 함께 개최되는 파빌리온 전시는 22개 국가관, 9개 기관·도시관 등 총 31개 관이 문을 연다. 지난해(9개 관) 대비 3배 이상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로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광주역사민속박물관,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을 비롯해 양림동과 동명동 일대 등 광주 전역에서 관객을 맞는다. 또 그동안의 파빌리온 전시는 국가별 전시관으로만 구성됐지만 올해는 도시, 기관 등으로 파빌리온 주체를 확장했다. 박양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는 "앞으로는 국가보다 도시가 더욱 부각될 것"이라며 "이런 맥락에서 시범적으로 광주관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광주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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