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페트병 넣으면 돈 주는 기계…'이거 진짜에요?'

17 hours ago 1

경기 성남시 판교동 행정복지센터 입구. 이곳의 명물은 수퍼빈이라는 스타트업에서 만든 ‘네프론’이다. ‘쓰레기도 돈이다. 재활용도 놀이다’라는 문구가 적힌 파란색 자판기 형태 기계 앞엔 폐플라스틱을 입구에 넣으려는 이들이 줄을 선다. 사용자가 빈 페트병과 캔을 넣으면 개당 10포인트가 적립되고, 누적 포인트가 2000포인트를 넘으면 1포인트당 1원으로 환급받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사용법은 간단하다. 수퍼빈 앱을 설치하고 회원 가입을 완료한 뒤 인근 네프론 위치를 검색해 방문하면 된다. 수퍼빈은 판교를 비롯해 전국에 네프론 1496대를 운영 중이다. 2017년 처음 설치된 이후 네프론을 통해 회수된 페트병은 6억 개, 캔은 1억6000만 개에 달한다. 간단해 보이는 ‘역자동판매기(RVM)’에 수퍼빈은 KAIST와 공동 개발한 인공지능(AI) 기반 폐기물 선별 알고리즘인 ‘뉴로지니’를 적용했다.

빈 페트병 넣으면 돈 주는 기계…'이거 진짜에요?'

◇AI가 바꾸는 재활용산업

글로벌 폐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이 커지면서 AI·빅데이터 기반 기술이 순환 자원의 추출과 처리 효율을 높이는 핵심 솔루션으로 부상하고 있다. 재활용 밸류체인의 기술 고도화 경쟁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스타트업과 지방자치단체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20일 시장조사 업체 스카이퀘스트테크놀로지는 글로벌 재생 플라스틱 시장 규모가 2023년 505억달러에서 2031년 811억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플라스틱 재활용은 수거·선별, 재활용, 제품 생산, 소비 등 4단계로 구성된다. 이 중 첫 단계인 수거·선별이 전체 고도화의 출발점이다. 플라스틱 소재·형태·오염 정도에 따라 품질 차이가 큰 탓에 AI 기반 선별 기술의 정밀도가 재활용 효율을 좌우해서다.

삼정KPMG경제연구원이 올해 2월 발표한 폐플라스틱 재활용 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재활용 기업은 고품질 폐플라스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고서는 첫 번째 이유로 업계 전반에 걸쳐 수거·선별 단계의 고도화 전략이 미흡한 것을 꼽았다. 최대한 많은 고품질 폐플라스틱을 조기에 선별해 산업 경제성과 효율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오염되지 않은 페트병을 수거 단계에서 최대한 많이 확보해야 다량의 고품질 재생원료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미지 분석 기술이 핵심

수퍼빈이 개척하는 시장은 ‘리버스(逆) 물류’(역물류)라는 새로운 영역이다. 일반적인 물류가 제품 제조부터 소비자의 구매까지 이어지는 상품 흐름을 말한다면 리버스 물류는 정반대다. AI업계 관계자는 “생산 단계에서부터 회수를 염두에 두고 물류를 설계해야 한다는 개념인데 추적이 어려운 데다 중간 수집상 등 유통 경로가 복잡해 아직 산업화가 덜 됐다”며 “최근엔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 시장에 뛰어드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옵토로와 레피버드, 인도의 리싸이칼도 주목받는 역물류 기업으로 불린다.

국내에선 수퍼빈이 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KAIST에서 3차원(3D) 물체를 인식하는 기술을 이전받아 세계 최초로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딥러닝 기술 중 하나인 합성곱신경망(CNN)에 기반한다. 이미지, 영상 분석에 특화한 CNN은 엑스레이 같은 의료 이미지를 판단하거나 자율주행차가 보행자를 인식하는 작업 등에 쓰인다.

판교=최영총 기자 Youngchoi@hankyung.com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