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도 아닌데 시총이 1조 달러…기업 이름 들으니 이해되네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의 시가총액이 지난 28일(현지시간) 1조달러를 넘어섰다. 빅테크 기업이 아닌 미국 회사가 시총 1조 달러를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수적인 투자 운용으로 ‘올드 이코노미’를 대변하는 이 회사를 투자자들이 ‘주식판 안전자산’으로 여기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날 미 뉴욕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버크셔해서웨이 A클래스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0.75% 오른 69만6502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B클래스 주가는 전일 대비 0.86% 오른 464.59달러를 기록했다. 두 주식시가총액 합계는 1조10억 달러(약 1340조원)를 기록했다.

버크셔해서웨이를 제외하면 시가총액이 1조 달러 이상인 미국 주식은 애플,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모회사 알파벳, 아마존,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 등 6개에 불과하다.

경제 낙관론이 팽배한 데다 주력 사업 중 하나인 보험 부문 실적이 강하게 나타나면서 버크셔해서웨이 주가(A클래스)는 연초 이후 28.8% 급등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투자 수익을 제외하고도 자동차 보험, 에너지, 철도, 제조업, 의류 등 다양한 부문의 자회사에서 매출이 발생한다. 애플 지분을 상당액 보유한 것을 제외하면 투자·사업 영역 대부분이 ‘구(舊)경제’를 대변한다. 이는 사업모델이 탄탄하고 저평가된 기업에 투자해 장기간 보유하는 버핏 회장의 ‘가치투자’ 철학과 맞물린 결과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버크셔해서웨이는 지난 60년 동안 사업을 확장하면서 미국 경제의 거의 모든 부문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권력으로 변모했다”고 분석했다.

보험 실적 개선에 힘입어 지난 2분기 버크셔해서웨이의 매출은 936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2%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16억 달러로 전년 동기(100억 달러) 대비 15.5% 급증했다.

다만 마땅한 신규 투자처를 찾지 못하면서 이 같은 성장세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투자회사라는 정체성에도 현재 현금보유액이 역대 최대를 기록하면서다.

버크셔해서웨이는 지난 6월 기준 현금·단기국채 보유액이 2770억 달러(약 369조6570억원)로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이는 지난 3월(1890억 달러) 대비 50% 가까이 급증한 수준이다. 이 과정에서 버크셔해서웨이는 올 상반기 애플 보유 지분 9억500만주 가운데 5억500만주를 처분한 바 있다. 나머지 애플 지분가치는 약 842억 달러(약112조원)다.

버핏 회장은 지난 5월 버크셔 연례 주주총회에서 왜 새로운 투자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마음에 드는 투구에만 (방망이를) 휘두른다”며 “현재 주식시장에서 가능한 대안과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복합적인 일들을 고려할 때 현금을 보유하는 것이 매력적으로 보인다”고 답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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