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 등 가상자산 가격 하락세가 심화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비트코인 강세장이 끝났다는 분석도 잇달아 제기됐다.
7일 가상자산 시황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한때 7만 5000달러선 아래로 하락했다. 전일 대비 약 10% 급락한 수치로, 비트코인 가격이 7만 5000달러를 밑돈 건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이다. 이더리움(ETH), 솔라나(SOL) 등 주요 알트코인은 하루만에 19~20%의 낙폭을 기록했다. 엑스알피(XRP)는 22%에 가까운 하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급락세의 주요 원인으로는 트럼프발(發) '관세 폭탄'이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달 2일(현지시간) 대규모 상호관세 정책을 발표했다. 이에 지난주 미 증시에서만 6조 6000억달러(약 9670조원)에 가까운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이번주 들어서는 일본 닛케이, 홍콩 항셍지수 등 주요국 증시가 일제히 폭락했다. 이날 코스피도 급락세로 인해 장중 한때 프로그램 매매를 일시 정지하는 사이드카(일시효력정지)가 지난해 8월 이후 8개월만에 발동되기도 했다.
당초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8만 2000달러 지지선을 유지했다. 최근 커플링(동조화) 현상이 강화된 미 증시와 엇갈린 움직임을 보인 셈이다. 오히려 비트코인은 '관세 안전지대'가 될 수 있다는 분석 등에 힘입어 미 증시 급락세가 시작된 지난 4~5일 일시적으로 상승세를 보이며 선방했다. 마이클 세일러 스트래티지 회장은 미 정부의 상호관세 정책 발표 직후 "비트코인에는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며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키우기도 했다.
"데이터상 약세장 진입"
하지만 비트코인 가격 낙폭이 커지며 시장에서는 강세장이 끝났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신호탄을 쏜 건 주기영 크립토퀀트 대표다. 주 대표는 비트코인 하락세가 본격화하기 직전인 지난 6일 엑스(X)를 통해 "비트코인 강세장은 끝났다"며 "단기적 반등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주장했다. 주 대표는 "강세장에서는 소규모 자금으로도 가격이 오르지만 약세장에서는 대규모 자금으로도 가격이 오르지 않는다"며 "현재 데이터는 명확하게 후자(약세장)를 가리키고 있다"고 했다.
주 대표가 이같은 분석을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주 대표는 지난달 18일 "향후 6~12개월간 (비트코인) 약세장이나 횡보장이 이어질 것"이라며 강세장 종료를 선언했다. 당시 주 대표는 "모든 온체인 지표가 약세장을 가리키고 있다"며 "지난 2년간 지표가 애매할 때도 강세장을 주장해왔지만 지금은 약세장에 진입하고 있는 게 명확해 보인다"고 밝혔다.
주 대표가 주목한 건 '실현 시가총액(Realized Cap)'이다. 실현 시가총액은 블록체인에 기록된 각 비트코인 보유자들의 구매 가격과 개수를 토대로 측정한 수치로, '시가총액(Market Cap)'보다 시장 내 자금 흐름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지표다.
주 대표는 "실현 시가총액은 시장에 실제 얼마나 많은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지 보여준다"며 "실현 시가총액이 증가하고 있지만 시가총액이 정체되거나 하락하고 있다면 자금이 들어오고 있지만 가격은 오르지 않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자금은 시장에 유입되고 있지만 가격이 반응하고 있지 않다"며 "이는 약세장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7만弗까지 하락 가능성"
상황이 이렇다보니 가격 하락세가 가팔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가상자산 마켓메이커(MM) 칼라단(Caladan)의 최고운영책임자(COO) 줄리아 저우는 블룸버그에 "암호화폐는 일반적으로 위험자산의 선행지표 역할을 한다"며 "오늘(7일) 미 증시가 개장하면 더 급격한 조정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가상자산 애널리스트 미카엘 반 데 포프도 이날 엑스(X)를 통해 "향후 1~2주간 롤러코스터 같은 흐름이 이어지며 비트코인 저점을 시험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며 "(현 하락세대로면) 7만달러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했다.
단 강세장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미 관세 정책이 대체자산 선호도를 끌어올려 중장기적으로는 비트코인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아서 헤이즈 전 비트멕스 최고경영자(CEO)는 "(미 관세가) 비트코인과 나스닥 간 상관관계를 끊어냈을 수 있다"며 "비트코인이 '법정화폐 유동성 경보장치'로 거듭나는 것"이라고 했다. 헤이즈 전 CEO는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양적완화(QE)에 나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할 경우 비트코인 가격이 연내 25만달러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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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형 블루밍비트 기자 gilson@bloomingbit.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