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어 있어야 들어온다[내가 만난 명문장/문재완]

3 days ago 13

문재완 세무사 “머리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기 위한 곳이지, 붙잡아 두기 위한 곳이 아니다.” ―데이비드 앨런 ‘쏟아지는 일 완벽하게 해내는 법’ 우리는 하루에도 여러 역할을 오간다. 집에서는 남편이자 아빠이고, 일터에서는 직장인이며, 그 사이에 나 개인의 일도 있다. 역할이 늘어난 만큼 챙겨야 할 것도 늘어난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이미 하루가 시작된다. 오전 회의 자료, 어제 답하지 못한 메시지, 이번 주까지라던 아이 학원 상담 신청, 다음 달 만기라는 자동차보험. 집에 돌아와도 그 목록은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아이가 말을 거는데 온전히 집중하지 못한다. 일을 그르치는 것은 일의 양이 아니다. 처리하지 못한 것을 머리에 이고 있으면, 정작 판단해야 할 순간에 머리가 비어 있지 않다. 경영 컨설턴트인 앨런은 다섯 단계를 제시한다. 첫째는 수집이다. 머릿속에 걸린 것을 하나도 남기지 말고 한곳에 적어 낸다. 둘째는 명료화다. 하나씩 꺼내 다음에 할 행동을 정한다. ‘장인어른 생신 챙기기’는 할 일이 아니다. ‘식당에 전화해 자리 예약하기’라야 할 일이 된다. 셋째는 정리다. 회사에서 할 일과 개인적인 일로 나눠 둔다. 넷째는 검토다. 금요일 저녁에 30분만 들여 전부 다시 훑는다. 다섯째가 실행이다. 그중 판단의 영역은 2단계인 명료화다. 요즘은 모으고 분류하고 계산하는 나머지는 도구가 대신해준다. 예전이라면 주말을 통째로 썼을 일이 한나절에 끝난다. 그런데 그렇게 얻게 된 여유를 나는 오랫동안 또 다른 일로 채웠다. 앨런이 기억을 내려놓으라고 한 것은 더 많은 일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머리에 빈자리를 만들어 두라는 것이었다. 비어 있어야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을 들일지는 각자가 정한다. 저녁에 아이가 말을 걸 때 다른 생각을 하지 않는 것. 요즘 내가 머리를 비우는 이유는 그쪽에 가깝다. 문재완 세무사©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좋아요 0개 슬퍼요 0개 화나요 0개 지금 뜨는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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