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방 엄금하면 비난 사라진다?[임용한의 전쟁사]〈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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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9세기 주나라 10대 왕인 여왕이 즉위했을 때는 주나라 전기에 만든 체제가 효과를 상실하고 삐걱거리기 시작할 때였다. 여왕은 30년이란 긴 시간을 집권했는데, 그의 경제 정책이 백성들의 불만을 야기하기 시작했다. 역사적으로 체제 불안, 혹은 대규모 저항을 야기하는 잘못된 경제 정책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첫째는 시대 변화를 알지 못하고 과거의 체제를 억지로 강요하거나 회귀시키는 경우이다. 두 번째는 변화의 방향은 이해했는데, 권력자와 특정 집단의 이익에 매몰돼 다수인 민중과 약자에 대한 배려를 소홀히 하는 경우다. 20세기 이후 제3세계, 개발도상국의 경제 개발 과정에서 우리는 이런 사례를 많이 봤다. 3000년 전의 세상도 다르지 않았다. 주나라는 농지를 바둑판처럼 분할해서 백성에게 균분하고, ‘산림천택(山林川澤·산, 숲, 하천, 연못)’과 같은 곳은 공유지로 운영했다. 이런 방식은 공정한 분배라는 점에서 정의로운 듯하지만, 법으로 인간의 욕망을 누를 수는 없다. 상업이 발달하고 농지와 산림자원의 사유화, 기업화가 진행됐다. 이 과정을 잘 운영해도 빈부격차에 따른 불만이 나오기 마련인데, 여왕은 총신을 시켜 탐욕스럽게 했던 것 같다. 예랑부라는 대부가 이러다가 나라가 망한다고 간언했다. 이익을 독점하면 많은 사람의 분노를 초래한다고도 했다. 여왕은 그의 충고를 흘리고, 비난하는 사람을 탄압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여왕은 자랑스럽게 말했다. “내가 비방을 엄금하자 비난이 사라졌다.” 신하가 반박했다. “사라진 게 아니라 억지로 막은 것입니다. 물이 막혔다가 터지면 많은 사람이 다치는 법입니다.” 3년 후에 백성이 폭발했고, 주 여왕은 국외로 도주했다. 권력만 쥐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강제로 비난을 막으려는 태도는 수천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변함이 없다. 임용한 역사학자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좋아요 0개 슬퍼요 0개 화나요 0개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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