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 해결사’ 졸피뎀? 꼭 알아야 할 부작용[김지용의 마음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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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의학과에서 처방되는 수많은 약들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이름은 아마 ‘졸피뎀’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 유명세는 오남용 사례들이 언론에 많이 보도되며 얻게 된 악명에 기인할 테다. 실제로 나 역시 의존성과 부작용의 위험을 고려해 잘 처방하지 않는 편이긴 하지만, 꼭 필요한 경우 안전하게 사용한다면 불면으로 고통받는 많은 사람들에게 그 이상의 명약이 없기도 하다. 그렇다면 졸피뎀은 정확히 어떤 약인지, 왜 그렇게 많은 사건사고 기사에 등장하는지 정신과 의사의 입장에서 간단한 설명을 해보려 한다.

졸피뎀은 가바(GABA)라고 하는, 신경의 흥분을 억제하는 기능을 하는 뇌 호르몬의 수용체에 결합해 진정작용을 일으킨다. 다른 약물에 비해 작용이 빠른 편이어서 불면증 환자들이 반가워할 만한 즉각적 입면 효과를 준다. 그리고 전체 작용 시간은 길지 않은 편이어서 다음날 아침 약 기운이 느껴지지 않아 타 수면제들에 비해 개운한 느낌을 준다. 이러한 효과들로 기존 수면 부족에 동반된 만성적 피로감과 집중력 저하, 예민함이 동반되던 불면증 환자들의 삶을 개선시킬 수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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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장점만 있다면 정말 좋겠지만, 애석하게도 모든 약물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작용 시간이 빠른 만큼 복용 후 바로 잠자리에 들지 않는다면 급작스러운 졸음과 어지러움으로 인해 부상이나 사고로 연결되기도 한다. 그런데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이런 부작용과 달리 전혀 예상치 못하고, 기억도 못하는 부작용이 간혹 나타나기도 한다. 약물 복용 후 냉장고 안의 음식을 다 털어 먹었다거나 한밤 중에 운전을 하고 돌아오고, 타인과 전화 통화를 한참 했는데 다음날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들이 있다. 이는 수면제의 진정효과에 의해 잠이 들더라도, 뇌의 전체 부위가 균질하게 잠든 것은 아니어서 나타날 수 있는 모습이다. 특히 졸피뎀은 충동을 조절하는 전두엽을 상대적으로 더 깊게 잠들게 만드는데, 그로 인해 탈억제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충동 조절 기능이 꺼지니 눌려 있던 원초적 충동인 식욕이 강하게 올라와 폭식하게 되고, 기억을 담당하는 뇌의 해마 기능 또한 억제돼 해당 기억이 저장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졸피뎀은 앞서 말한 것처럼 수면 효과가 탁월한만큼, 쉽게 심리적 의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약이 없으면 예전처럼 불면에 시달릴 불안감에 매일 복용하다 보면 어느덧 내성이 생기고, 점차 자의로 복용량을 늘리다 결국 심각한 중독 문제로 이어지는 경우들도 있다.

약을 사용하지 않고 건강한 수면을 취한다면 가장 좋을 것이다. 그런데 규칙적 생활습관과 운동, 명상 등 노력을 충분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불면이 이어질 땐 어쩔 수없이 약물의 도움이 필요하기도 하다. 그럴 때 졸피뎀은 분명 효과 좋은 선택지이지만, 애초에 단기적인 불면증 완화를 위해 개발된 약이란 사실을 잊지 않으시면 좋겠다. 그 외에 더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약들이 있으니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와 충분한 상의를 통해 본인에게 가장 알맞고 건강한 해결책을 찾게 되시길 바란다.

※김 원장의 ‘정신과 전문의가 말하는 수면제 부작용’ 동영상은 dongA.com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김지용 연세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은 2017년 팟캐스트를 시작으로 2019년 1월부터 유튜브 채널 ‘정신과의사 뇌부자들’을 개설해 정신건강 정보를 소개하고 있다. 1월 기준 채널의 구독자 수는 약 25만 명이다. 에세이 ‘빈틈의 위로’의 저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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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용 연세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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