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로 불 막는다” 불쏘시개될 죽은 식물 미리 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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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시프트, 숲이 바뀌어야 사람도 산다] 〈1〉 美오리건주의 ‘숲 관리법’
주기적으로 숲에 ‘계획적 불놓기’
美농무부 “불길 줄이는데 89% 효과”

지난달 21일(현지 시간) 미국 오리건주 코밸리스의 한 숲. 이곳에서 만난 임업회사 스타커 소속 산불예방 담당자 리스 도브마이어 씨(27)는 나무 사이사이 놓인 잿더미를 보며 말했다.

“숲에 있는 나무 잔재와 죽은 식물을 그대로 방치하면 산불의 연료가 됩니다. 우린 이런 것들을 모아 주기적으로 태우는 방식으로 산림을 관리합니다.”

지난달 21일(현지 시간) 미국 오리건주 코밸리스의 한 숲에서 임업회사 스타커 소속 산불예방 담당자 리스 도브마이어 씨(27)가 자라나고 있는 나무들을 살피고 있다. 지난해 7월 이곳에서는 산불 확산을 막기 위해 벌채 잔재와 식물을 미리 태우는 ‘계획적 불놓기’가 진행됐다. 스타커사는 이후 이곳에 일정 간격으로 새 나무들을 심었다. 코밸리스=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지난달 21일(현지 시간) 미국 오리건주 코밸리스의 한 숲에서 임업회사 스타커 소속 산불예방 담당자 리스 도브마이어 씨(27)가 자라나고 있는 나무들을 살피고 있다. 지난해 7월 이곳에서는 산불 확산을 막기 위해 벌채 잔재와 식물을 미리 태우는 ‘계획적 불놓기’가 진행됐다. 스타커사는 이후 이곳에 일정 간격으로 새 나무들을 심었다. 코밸리스=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함께 방문한 숲은 그가 지난해 7월 ‘계획적 불놓기(prescribed burning)’ 작업을 시행한 스타커의 기업림이었다. 계획적 불놓기는 산불 확산을 막기 위해 말라붙은 벌채 잔재와 식물을 미리 태우는 산림 관리 방식이다. 마른 목재와 식물은 다른 나무의 생장을 방해할 뿐 아니라 산불 발생 시 거대한 불쏘시개가 되기 때문에 미리 불을 내 제거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불로 불을 막는’ 셈이다.

지난해 7월 임업회사 스타커 소속 직원들이 계획적 불놓기를 실시하고 있다. 계획적 불놓기는 산불 방화선 구축, 안전인력 배치 등을 오리건주 산림부에 제출한 뒤 허가를 받아야만 진행할 수 있다. 스타커 제공

지난해 7월 임업회사 스타커 소속 직원들이 계획적 불놓기를 실시하고 있다. 계획적 불놓기는 산불 방화선 구축, 안전인력 배치 등을 오리건주 산림부에 제출한 뒤 허가를 받아야만 진행할 수 있다. 스타커 제공
이날 도브마이어 씨와 방문한 숲에선 지난해 계획적 불놓기 흔적인 그을린 자국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도브마이어 씨는 “불타고 남은 재는 다시 영양분이 되어 돌아가기 때문에 이곳 나무들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고 말했다.

계획적 불놓기는 미국, 캐나다, 호주, 프랑스 등 선진국들이 활용하는 산림 관리법 중 하나다. 미국은 2000년 국가 산불계획을 통해 이 관리법을 제도화했다. 미국 농무부(USDA)가 산불 3000여 건을 분석한 결과 간벌과 계획적 불놓기가 진행된 곳에서 산불이 났을 때 그렇지 않은 곳과 비교해 불길이 89%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났다.

미국 캘리포니아 레이크 타호(Lake Tahoe) 인근 버튼 크릭 주립공원(Burton Creek State Park)에서 계획적 불놓기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이 지역에서는 주로 화재 확산 위험을 피하기 위해 겨울에 계획적 불놓기를 진행한다.  캘리포니아 공원 및 휴양지 관리국

미국 캘리포니아 레이크 타호(Lake Tahoe) 인근 버튼 크릭 주립공원(Burton Creek State Park)에서 계획적 불놓기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이 지역에서는 주로 화재 확산 위험을 피하기 위해 겨울에 계획적 불놓기를 진행한다. 캘리포니아 공원 및 휴양지 관리국

이처럼 불까지 이용해 산불 예방에 나서는 것은 지구온난화로 산불의 강도와 빈도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산불 대응의 핵심은 계획적 불놓기, 간벌, 내화수림 조성 같은 ‘산불 방화선(fuel break)’ 구축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제니퍼 멀론 예일대 지리공간솔루션연구소 소장은 “기후변화로 인해 산불을 완전히 막는 건 더 이상 불가능하다”며 “앞으로는 불을 예방하기보다, 번지지 않게 통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다만 국내에서 계획적 불놓기를 적용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매슈 마티오다 밀러 팀버 수석 산림관리자는 “간벌 등을 통해 산림 밀도 관리가 먼저 이뤄진 곳에서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산림청은 “사전 연료물질 제거법이 우리 숲에 적합한지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별취재팀
▽팀장 이미지 사회부 차장 image@donga.com
▽황인찬 임우선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
김태영 이소정 임재혁 기자(이상 사회부)

이미지 사회부 차장 image@donga.com
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김태영 기자 live@donga.com
코밸리스=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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