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인공지능(AI)는 보안과 실시간 분석·대응 능력이 핵심이다. 오픈소스 기반의 범용 AI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군의 특수성과 복잡성을 충족하기 위해 특정 임무에 최적화된 ‘버티컬 AI’가 국방 분야에서도 필수인 이유다. 지난 23일 서울 강남에서 열린 ‘국방 인공지능 혁신 네트워크’ 행사에서는 군산학연 전문가들이 모여 국방 특화 AI의 개념과 국내 기술 현황, 과제 등을 집중 논의했다.
맞춤형 구조 설계와 협업이 ‘버티컬 AI 성공의 열쇠’
기업용 AI 솔루션 기업 올거나이즈의 신기빈 최고인공지능책임자(CAIO)는 “좋은 LLM(대규모언어모델)만 도입하면 성과가 날 것이라는 기대는 이제 사라졌다”고 했다. 이어 그는 “사용자의 의도와 맥락을 이해하고, 각 산업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완성형 AI’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CAIO는 버티컬 AI는 전문성과 전체 업무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며 보험 AI를 대표 사례로 들었다. 과거에는 단순 정보 추출이나 보고서 자동화 수준에 머물렀지만 이제는 상품 설계부터 심사, 지급까지 전 과정을 이해하며 다양한 규정을 스스로 해석하고 판단하는 수준의 전문성을 갖췄다는 것이다. 그는 “단순히 LLM을 얹는 방식만으로는 실효성이 낮다”며 “업무 복잡도에 맞춘 맞춤형 구조 설계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흐름은 국방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군 작전 환경은 매우 복잡하고 보안도 중요한 만큼 범용 모델을 그대로 적용해서는 실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신 CAIO는 특히 “버티컬 AI 도입의 성공을 위해서는 AI 전문가와 이를 적용할 분야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전문가 간 긴밀한 협업이 필수”라며 국방 분야도 AI 기업과 국방 관계자 간 장기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펀진, 데이터 제약 넘고 위협 감지부터 결심까지 자동화 체계 개발
국방 AI 솔루션 기업 펀진의 김득화 대표는 국방 AI 구축의 전제 조건으로 ‘데이터 부족’과 ‘제한된 통신 환경’을 꼽았다. 그는 “보안상 아군·적군 데이터 확보가 어렵고, 통신 인프라도 민간과 달리 매우 제한적”이라며 “초기 전황에서 기민하게 작동할 수 있는 AI 모델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실전 상황에서 빠르게 배포하고 작동할 수 있는 모델 체계가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펀진은 ‘퓨샷 러닝’과 신뢰도 높은 ‘합성데이터’ 생성을 두 축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퓨샷 러닝은 소량의 데이터만으로도 AI가 새로운 객체를 인식하도록 학습시키는 기법으로, 여기에 펀진은 ‘비주얼 프롬프팅’을 결합해 이미지 식별 능력도 강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펀진이 자체 개발한 합성데이터 생성 플랫폼 ‘이글아이’는 조건에 따라 최대 1만 장의 고품질 이미지를 자동으로 생성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지난 5월 육군 인공지능센터에 공급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기술 기반 위에서 펀진은 지휘관의 결심을 지원하는 AI 참모 시스템인 ‘킬웹매칭(KWM)’을 개발했다. 실제로 지난 6월 육군과 함께한 ‘아미 타이거 부스트’ 프로젝트에서 AI가 단 3일 만에 13종의 무기 표적을 인식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정보 획득부터 타격까지의 전 과정을 의미하는 ‘센서 투 슈터’를 2~3분 이내로 단축해 기존보다 작전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였다고 설명했다.
현재 펀진은 화력, 전자기 등 다양한 작전 분야로 확장한 ‘초거대 KWM’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라고도 했다. 대대급 전술 단위에 적용할 수 있는 ‘KWM-onP’, 드론 기반 통신 신호 탐지 시스템 ‘KWM-Ocelot’ 등이 포함된다.
김 대표는 전장 환경을 모빌리티, 인텔리전스, 네트워크, 결심 등 네 가지 축으로 분류하고, 이를 아우르는 통합형 AI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클라우드부터 지휘소, 무기 체계까에 이르기까지 AI가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실전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어 김 대표는 "실제 전장 지형과 기상 등 물리적 제약까지 고려해 기술을 구축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최영총 기자 young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