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깨고 파산 몰린 서민은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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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여파로 서민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카드론 장기 연체가 2003년 ‘카드대란’ 이후 최대치로 치솟은 데다 노후 안전판인 보험을 깨는 사례도 늘고 있다. 중소기업의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은행권 부실채권 규모는 7년 만에 최대 수준으로 늘었다. ‘K자형 양극화’가 내수 회복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험 깨고 파산 몰린 서민은 '한숨'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8개 전업 카드사(삼성·신한·국민·현대·하나·우리·롯데·비씨)의 지난해 말 기준 6개월 이상 장기 연체액은 4709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2561억원) 대비 83.9% 급증했다. 2003년 카드대란(6108억원) 후 가장 큰 규모다. 장기 연체액은 사실상 상환이 불가능한 악성 부채로 분류된다. 물가 상승과 이자 부담이 누적된 상황에서 한계에 내몰린 채무자가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중심으로 연체가 늘고 있다. 금감원이 이날 발표한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현황’에 따르면 1분기 말 기준 은행권 부실채권 규모는 17조7000억원이다. 2019년 1분기(18조5000억원) 후 가장 많다. 기업대출 부실채권 규모는 14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조원 늘었다.

지역별로 보면 지방이 위험수위에 다다르고 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부산·경남·광주·전북·제주 등 5개 지방은행의 1분기 말 기준 평균 연체율은 1.31%였다. 5대 시중은행 평균 연체율(0.40%)의 세 배가 넘는 수치다. 지역 부동산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으면서 지방 경제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험을 해지하는 가입자도 늘고 있다. 국내 생명보험업계의 올해 2월 누적 기준 해약환급금 규모는 11조896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8% 증가했다. 해약환급금은 가입자가 자발적으로 계약을 해약하면 돌려받는 돈이다. 가계 경제가 어려움을 겪자 목돈을 찾아가는 이른바 ‘생계형 해약’이 급증한 여파다.

연체 부담을 이겨내지 못한 파산 신청자도 속출하고 있다.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4월 누적 기준 개인파산 접수 건수는 1만4535건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11.4% 증가했다.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1만6956건) 후 최고치다.

법인파산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법인파산 접수 건수는 859건으로 19.6% 늘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6년 후 최대 수치다.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부실이 심해지면서 개인과 법인의 파산 신청이 동반 증가한 것으로 관측된다.

서민 살림살이는 앞으로 더 팍팍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당분간 고금리·고물가·고환율 기조가 꺾이지 않으면 취약 차주의 대규모 연체가 현실화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역대급 증시 호황 속 밑바닥 경제를 지탱하는 가계·중소기업·자영업자가 무너지는 K자형 양극화가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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