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사기 계좌 59%·피해액 75% 예외 계좌서 발생
금융당국, 거래소별 제각각이던 기준 묶은 ‘표준내규’ 도입
거래기간·금액 등 필수 평가… 예외 적용 고객 1% 이내로 급감할듯
가상자산이 보이스피싱 범죄수익의 자금 세탁 창구로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금융당국과 업계가 칼을 빼들었다.
금융당국은 8일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가상자산거래소들과 협력해 보이스피싱 피해금 유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강화된 가상자산 출금 지연 제도’ 를 본격 시행한다고 밝혔다.
가상자산 출금 지연 제도는 지난해 5월 처음 도입됐다. 가상자산 연계 계좌를 통해 원화를 입금하고 가상자산을 매수한 뒤, 이를 타 거래소나 개인 지갑으로 빼돌려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편취하는 행태를 막기 위해 신규 이용자의 출금을 일정 시간 제한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점검 결과 제도에 치명적인 허점이 발견됐다. 거래소들이 저마다 다른 자체 내규로 ‘출금 지연 예외’를 허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일부 거래소는 단순 거래일수나 입출금 횟수 등만 충족하면 예외를 인정해 범죄자들이 가입 기간이나 매매 이력만 기계적으로 맞춰 범죄수익금을 즉시 인출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실제로 지난해 6월부터 9월까지 주요 가상자산거래소에서 발생한 사기 이용 계좌 2526건 중 59%(1490건)가 출금 지연 예외 대상 계좌에서 발생했다. 특히 피해 금액 기준으로 보면 전체 2257억 원 중 무려 75.5%에 달하는 1705억 원이 예외 계좌를 통해 속수무책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금융당국과 업계는 허술했던 방어망을 정비하고 모든 거래소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통일된 표준내규를 마련했다.
앞으로는 거래소들이 임의로 예외 대상을 선정할 수 없다. 표준내규에 따라 가상자산 거래 횟수, 거래 기간, 입출금 금액 등 실질적인 거래 건전성을 입증할 수 있는 지표를 꼭 고려해야 하며 구체적인 예외 불가 요건도 명문화된다.
당국이 새 표준내규를 적용해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출금 지연 예외 대상 고객은 기존 고객의 1% 이내 수준으로 대폭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 사실상 대부분의 ‘꼼수 출금’이 차단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후 관리도 한층 강화된다. 좁은 문을 뚫고 출금 지연 예외를 적용받는 소수의 고객에 대해서도 자금 원천을 확인하는 등 강화된 고객 확인 절차를 주기적(연 1회 이상)으로 실시한다. 또한 가상자산 출금 관련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이상 거래를 탐지하는 별도의 집중 모니터링 시스템도 구축할 방침이다.
금융위는 “제도 시행 이후 보이스피싱 피해 감소 효과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새 우회 수법이 발생하지 않도록 기준의 적정성을 정기적으로 재심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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