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 안중근 유묵 경매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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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안중근 유묵 경매 나온다

입력 : 2026.06.12 16:43

순국 직전 쓴 '백인당중유태화'
1910년 뤼순감옥서 남긴 친필
사형 판결문 유인본 함께 나와
24일 케이옥션 경매에 출품

안중근 의사가 1910년 2월에 쓴 '백인당중유태화'. 케이옥션

안중근 의사가 1910년 2월에 쓴 '백인당중유태화'. 케이옥션

안중근 의사(1879~1910)가 뤼순 감옥에서 사형 선고를 받은 직후에 쓴 글씨가 국내 미술품 경매에 출품된다. 보물로 지정된 안중근 유묵이 경매에 출품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케이옥션은 오는 24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본사에서 안중근 의사가 1910년 뤼순 감옥에서 쓴 친필 '백인당중유태화(百忍堂中有泰和)'가 시작가 16억원에 출품된다고 12일 밝혔다. 보물 제569-1호로 1972년 안중근 유묵 26점이 일괄 보물로 지정될 때 제1호로 선정된 작품이다. 내용과 형식 모두에서 안중근 유묵을 대표한다는 평가다. 안중근 의사는 1910년 2월 사형 선고를 받은 직후부터 3월 26일 순국하기 전까지 '논어'와 '사기' 구절과 자신의 심중을 나타낸 유묵을 집중적으로 썼다.

이번 경매 출품작은 사형 선고가 내려진 2월에 쓴 것으로 '백 번 참는 집안에 태평과 화목이 깃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죽음을 앞둔 순간에도 인내와 화합의 가치를 택한 안중근 의사의 평화와 공존 정신을 보여준다. 이 구절은 '구당서' 188권 '열전'에 전하는 장공예의 고사에서 유래하는데, 당 고종이 9대가 한집에 화목하게 산 비결을 묻자 장공예가 참을 '인(忍)'을 백 번 쓴 종이를 바쳤다는 이야기에 바탕을 두고 있다.

생사의 기로에 선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는 필획과 절제된 구성, 강인한 의지와 초연한 품격을 모두 갖춘 명필로 평가된다. 글씨 하단에는 약지가 잘린 왼쪽 손바닥을 찍은 '단지장'이 있다. 여기에 1910년 2월 14일자 '관동도독부법원 안중근 외 사형 판결문' 유인본도 함께 출품된다. 당시 등사원지에 철필로 새겨 인쇄하는 방식으로 제작된 역사적 사료다. 재판의 공식 기록인 판결문과 유묵이 한 세트로 남아 있다는 점에서 역사성·상징성·사료적 가치가 크다는 설명이다.

안중근 재판 판결문의 일부. 케이옥션

안중근 재판 판결문의 일부. 케이옥션

일제강점기 만주에서 입수된 뒤 100여 년간 한 가문이 보존해온 작품으로 전래 경위가 명확하다. 또한 이번 경매를 통해 처음 시장에 공개되는 만큼 높은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안중근 유묵 가운데 지금까지 최고가는 2023년 12월 서울옥션에서 19억5000만원에 팔린 '용호지웅세기작인묘지태'다. 안중근 유묵은 똑같은 글귀가 하나도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케이옥션 6월 경매는 안중근 유묵을 포함해 총 107점, 약 120억원 규모다. 추사 김정희의 '묵란도·제발' 점이 추정가 2억~3억5000만원, 탄생 110주년을 맞이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회고전이 열리는 유영국의 1974년작 '산'도 추정가 5억~8억원에 출품된다.

글로벌 블루칩 작품도 대거 나온다. 이우환의 1980년작 150호 '점으로부터'는 16억~30억원에, 2002년작 '조응'은 6억~10억원, 1992년작 '바람과 함께'는 1억8000만~3억5000만원에 나온다. 박서보의 초기작 묘법 'No. 1-82'가 8억5000만~17억5000만원에 출품된다. 하종현 '접합' 세 점과 김환기의 뉴욕 시기 작품도 새 주인을 찾는다.

'숯의 화가'이자 포스트 단색화가로 불리는 이배의 작품도 여러 점 출품된다. 정영주, 우국원, 하태임 등 인기 작가 작품도 눈길을 끈다. 무라카미 다카시의 1962년작 'Sparkle'은 추정가 5억5000만원에서 7억원 사이에 나온다. 팝아트와 오타쿠 문화를 결합한 '슈퍼플랫' 세계관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밖에 구사마 야요이, 알렉스 카츠, 헤르난 바스, 줄리언 오피 등 작품이 컬렉터들의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이향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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