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공시에 참여한 상장기업이 미공시기업보다 주가수익률과 자본효율성, 주가순자산비율(PBR) 등 주요 지표에서 우수한 성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 시장에서는 중대형주를 중심으로 자사주 매입과 배당 확대가 실제 기업가치 개선으로 이어진 반면, 코스닥 시장은 수익성을 갖춘 저PBR 기업들의 참여가 늘어나는 초기 단계라는 분석이다.
19일 안유미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이 발표한 ‘밸류업 공시 참여에 따른 상장기업 성과 비교 및 향후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 참여 기업은 지난 2024년 5월 제도 시행 당시 3개사에서 올해 4월 말 기준 718개사로 증가했다. 이 가운데 본공시 기업은 714개사, 예고공시 기업은 4개사다. 본공시 기업 중 코스피 상장사는 339개사, 코스닥 상장사는 375개사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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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자본시장연구원) |
보고서는 밸류업 공시기업 수가 올해 들어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말 170개사였던 본공시 기업은 올해 1분기 584개사, 4월 714개사로 늘었다. 특히 올해 3월 한 달에만 409개사가 새로 공시에 참여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조세특례제한법 및 시행령 개정에 따른 고배당 기업 공시 의무화 영향으로 풀이된다. 코스닥 기업의 참여도 확대되며 지난해 말 41개사에서 올해 4월 말 375개사로 늘었다.
다만 전체 상장기업 대비 참여 비중은 아직 제한적이었다. 전체 상장사 수 대비 밸류업 공시기업 비중은 26.9%였고,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40.5%, 20.6%를 기록했다.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공시기업 718개사가 전체 시장의 77.4%를 차지했다. 코스피 공시기업의 시가총액 비중은 83.4%에 달한 반면 코스닥은 28.5%에 그쳤다. 코스피 중대형 상장사를 중심으로 밸류업 공시가 이행되고 있다는 의미다.
성과 격차도 뚜렷했다. 보고서가 2024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밸류업 공시기업의 주가 흐름을 분석한 결과, 공시기업은 누적 주가수익률 100% 이상을 기록했다. 2023년 말 지수를 100으로 놓고 시가총액 가중 주가수익률을 누적 지수화한 결과, 공시기업은 올해 3월 말 203.3포인트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미공시기업은 134.5포인트에 그쳐 공시기업과의 누적 수익률 격차는 68.8%포인트로 벌어졌다.
PBR 측면에서도 코스피 공시기업의 개선세가 두드러졌다. 2021년 말 코스피 공시기업의 PBR은 1.4배로 미공시기업 1.7배보다 낮았지만, 2023년을 기점으로 공시기업이 미공시기업을 웃돌기 시작했다. 올해 1분기 기준 코스피 공시기업의 PBR은 1.9배, 미공시기업은 1.5배를 기록했다. 보고서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이 실제 공시로 이어지고,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 등 실질적 이행이 수반되면서 가격에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반면 코스닥 시장은 저PBR 해소의 초기 단계로 평가됐다. 올해 1분기 기준 코스닥 미공시기업의 PBR은 2.3배로 공시기업 1.9배보다 높았다. 보고서는 코스닥에서는 자산가치 대비 주가가 낮은 저PBR 기업들이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공시에 참여하고 있으며, 아직 본격적인 재평가 국면에 진입하기 전 단계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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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자본시장연구원) |
수익성 지표에서도 공시기업이 앞섰다. 2025년 말 기준 코스피 공시기업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1.2%로 미공시기업 4.1%를 크게 웃돌았다. 코스닥 공시기업도 2025년 8.7%의 ROE를 기록한 반면, 코스닥 미공시기업은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연속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보고서는 수익성이 뒷받침되는 기업을 중심으로 밸류업 공시 참여가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주환원 확대도 공시기업 중심으로 나타났다. 코스피 공시기업의 총 배당금은 2021년 35조 4000억원에서 2025년 48조 1000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 공시기업의 총 배당금은 1조원에서 1조 8000억원으로 늘었다. 2025년 기준 코스피 공시기업의 배당성향은 30.5%로 미공시기업 14.1%를 웃돌았고, 코스닥 공시기업의 배당성향도 2021년 18.5%에서 2025년 34.5%로 높아졌다.
자사주 매입은 코스피 공시기업이 주도했다. 코스피 공시기업의 자기주식 취득 금액은 2021년 2조7000억원에서 2025년 20조7000억원으로 약 7.7배 증가했다. 2025년 기준 전체 코스피 시장에서 밸류업 공시기업의 자사주 매입 규모가 차지하는 비중은 94.8%에 달했다. 반면 코스닥 공시기업의 자사주 매입 규모는 2021년 3480억원에서 2025년 4573억원으로 늘었지만, 코스닥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금액 기준 36.4%, 기업 수 기준 4.6%에 그쳤다.
안 선임연구원은 “밸류업 공시기업은 주가수익률, 자본효율성, PBR 측면에서 미공시기업 대비 유의미한 초과 성과를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단순히 공시 여부에 그치지 않고 ROE와 매출액증가율 등 실질적인 경영 지표가 우수한 고효율 우량 기업들이 밸류업에 적극 참여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향후 밸류업 프로그램의 참여 확산과 실효성 있는 안착을 위해서는 기존의 자발적 공시 독려를 넘어 실질적인 가치 제고 성과를 보인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지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성장성 위주의 저평가 코스닥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시장 특성에 맞는 공시 유인 방안과 맞춤형 인센티브 지원책 마련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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