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스 차기’ 분위기 고조…청년들 “48대 대통령” 연호 [트럼피디아]〈48〉

14 hours ago 3

29일 미시시피대 행사에서 연설하는 밴스. 옥스포드=AP 뉴시스

29일 미시시피대 행사에서 연설하는 밴스. 옥스포드=AP 뉴시스
차기 미국 공화당 유력 대선 주자로 꼽히는 J D 밴스 부통령이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미시시피대에서 열린 터닝포인트USA 주최 캠퍼스 토론회 무대에 올라서 학생과 즉석 질의응답을 벌였다. 밴스는 이날 합법 이민을 포함한 이민자 유입을 크게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힌두교 신자인 인도계 부인 우샤 밴스가 기독교로 개종하길 원한다는 뜻도 내비쳤다. 무대에 오른 밴스를 향해 관중들이 트럼프의 뒤를 이어 48대 대통령이 되라는 뜻의 숫자 ‘48’을 연호하는 모습도 주목을 받았다.

● “합법 이민까지 줄여야”

밴스는 가까운 친구이자 정치적 동지였던 터닝포인트USA 설립자 찰리 커크의 뜻을 잇기 위한 취지로 무대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이날 최대 쟁점은 이민 문제였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지지한다고 밝힌 한 학생은 “불법 이민 단속과 남부 국경 강화에 찬성하지만, 학생 비자로 미국에 온 여자친구가 영주권을 받는 날만을 바라보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며 합법 이민을 줄일 계획이 있는지 질문했다.

밴스는 “지금 미국은 이민자를 너무 많이 받아들였다”며 연간 100만 명의 신규 합법 이민자가 미국 노동자의 임금을 깎아내린다고 주장했다.

밴스가 언급한 ‘합법 이민자’는 신규 시민권자(미국 국적자)인지 영주권자인지 불분명하다. 이민정책연구소(MPI)가 분석한 미 국토안보부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81만8500명, 2023년 87만8500명, 2022년 96만9380명이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연간 신규 영주권자는 2023년 117만2900명, 2022년 101만8300명으로 나타났다.

커크의 부인 에리카 커크와 포옹하는 밴스. 옥스포드=AP 뉴시스

커크의 부인 에리카 커크와 포옹하는 밴스. 옥스포드=AP 뉴시스

밴스는 우수 인재 유치를 위해 운영되는 H-1B 비자 제도가 현실에서는 미국인 노동자의 임금을 깎아내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엄청난 천재가 미국에 남게 만들기 위해 생긴 H-1B 제도를 통해 실제로는 미국인의 반값에 일해주는 회계사들이 대거 고용되고 있다”며 “돈을 잘 벌고 싶은 회계사들이 미국에 있는데 외국 태생 회계사를 고용해선 안 된다”고 했다. 현장에선 반론도 거셌다. 한 인도계 학생은 “이민자가 ‘너무 많다’의 기준은 누가 정하는 것”이냐며 “당신들은 ‘아메리칸 드림’을 팔아 우리의 젊음과 재산을 이 나라에 쏟게 했는데 합법 체류자 또한 혼돈으로 밀어 넣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항의했다.밴스는 “지금보다 이민자를 훨씬 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합법 체류자 100명이 미국 사회에 기여를 했다는 이유 만으로 우리가 100만, 1000만, 1억 명을 더 받아들여야 한다는 건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50~60년 전 미국에 좋았던 이민 정책에 계속 매여있을 수는 없다”며 적정 규모는 시대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는 뜻을 밝혔다. 그가 “부통령으로서 내 역할은 미국인을 보살피는 것”이라고 말하자 관중석에서는 박수가 쏟아졌다.

‘마가’ 모자를 쓰고 행사에 참석한 학생들. 옥스포드=AP 뉴시스

‘마가’ 모자를 쓰고 행사에 참석한 학생들. 옥스포드=AP 뉴시스
밴스는 “1920년대 이민법 개정으로 약 40년간 이민이 사실상 사라지자 다른 문화권에서 왔던 이민자들의 미국 사회 동화가 이뤄졌다”며 현재 미국 또한 이민자를 훨씬 적게 받아 “공동체(common community)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1882년 중국인배제법, 1924년 존슨리드법을 도입해 아시아와 중동 출신 이민을 금지했지만, 이 기간에도 서유럽 출신 이민자는 받아줬다. 존슨리드법이 폐지된 1965년까지 한해에 적게는 5만 명, 많게는 44만 명이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 부인 우샤 개종 논란

세 자녀를 키우며 기독교와 힌두교, 미국과 인도 문화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냐는 질문에는 “우리는 자녀를 기독교 신자로 키우기로 결정했다”며 부인과 대화를 통해 내린 결론이고, 주일에 아이들과 교회에 갈 때 우샤도 함께 간다고 답했다. 밴스는 “언젠가 부인도 기독교 복음을 통해 같은 방식으로 보길 바란다”며 “그렇지 않더라도 신은 모든 사람에게 자유의지를 주셨기 때문에 내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부인의 개종을 희망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두고 일각에서는 “배우자의 종교적 결정을 존중하지 않는다”, “비(非)기독교 신앙을 폄하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밴스는 X에서 비판에 대해 “반(反)기독교적”이라 맞섰다.

미시시피대 학생을 상대로 연설하는 밴스. 옥스퍼드=AP 뉴시스

미시시피대 학생을 상대로 연설하는 밴스. 옥스퍼드=AP 뉴시스
이날 행사에서는 친(親)트럼프 성향 학생들도 트럼프 행정부 정책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민주당 강세 도시로의 주방위군 투입 같은 강경 조치가 미래 정권의 보수 탄압 선례가 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밴스는 조 바이든 행정부 시기 트럼프 기소를 거론하며 강한 행정권 행사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그는 “좌파가 나중에 할까봐 어떤 일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 우리가 하든 말든 그들은 이미 그렇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비바람 속 농구장 가득 채워

미 NBC방송은 이날 행사가 열린 농구 경기장 9500석이 만석이었다고 전했다. 커크가 피살 당시 입었던 ‘자유(freedom)’ 문구가 적힌 티셔츠와 ‘마가(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모자를 쓴 학생들은 비바람 속에 행사 몇 시간 전부터 줄을 서 입장을 기다렸다.

밴스를 보기 위해 행사장을 찾은 학생들. 옥스포드=AP 뉴시스

밴스를 보기 위해 행사장을 찾은 학생들. 옥스포드=AP 뉴시스
커크 암살 후 백악관의 대응을 주도한 밴스는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보수 청년층 결집에 신경 쓰고 있다. 밴스가 질의응답에 앞서 연설을 마치자 관중은 일제히 숫자 ‘48’을 외쳤다. 트럼프의 뒤를 이은 48대 대통령이 되라는 뜻이다.

최근 트럼프는 여러 차례 밴스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을 자신의 후계자로 지목했다. 지난달 27일 전용기 ‘에어포스 원’ 안에서도 기자들에게 “누가 그 둘을 상대로 출마하겠냐”며 “그들이 한 팀이 된다면 아무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한다”고 했다.

관중의 연호에 밴스는 미소 지으며 “너무 앞서가진 맙시다”라고 짧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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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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