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합법 이민까지 줄여야”
밴스는 가까운 친구이자 정치적 동지였던 터닝포인트USA 설립자 찰리 커크의 뜻을 잇기 위한 취지로 무대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이날 최대 쟁점은 이민 문제였다.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지지한다고 밝힌 한 학생은 “불법 이민 단속과 남부 국경 강화에 찬성하지만, 학생 비자로 미국에 온 여자친구가 영주권을 받는 날만을 바라보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며 합법 이민을 줄일 계획이 있는지 질문했다.
밴스는 “지금 미국은 이민자를 너무 많이 받아들였다”며 연간 100만 명의 신규 합법 이민자가 미국 노동자의 임금을 깎아내린다고 주장했다.밴스가 언급한 ‘합법 이민자’는 신규 시민권자(미국 국적자)인지 영주권자인지 불분명하다. 이민정책연구소(MPI)가 분석한 미 국토안보부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81만8500명, 2023년 87만8500명, 2022년 96만9380명이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연간 신규 영주권자는 2023년 117만2900명, 2022년 101만8300명으로 나타났다.

밴스는 우수 인재 유치를 위해 운영되는 H-1B 비자 제도가 현실에서는 미국인 노동자의 임금을 깎아내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엄청난 천재가 미국에 남게 만들기 위해 생긴 H-1B 제도를 통해 실제로는 미국인의 반값에 일해주는 회계사들이 대거 고용되고 있다”며 “돈을 잘 벌고 싶은 회계사들이 미국에 있는데 외국 태생 회계사를 고용해선 안 된다”고 했다. 현장에선 반론도 거셌다. 한 인도계 학생은 “이민자가 ‘너무 많다’의 기준은 누가 정하는 것”이냐며 “당신들은 ‘아메리칸 드림’을 팔아 우리의 젊음과 재산을 이 나라에 쏟게 했는데 합법 체류자 또한 혼돈으로 밀어 넣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항의했다.밴스는 “지금보다 이민자를 훨씬 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합법 체류자 100명이 미국 사회에 기여를 했다는 이유 만으로 우리가 100만, 1000만, 1억 명을 더 받아들여야 한다는 건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50~60년 전 미국에 좋았던 이민 정책에 계속 매여있을 수는 없다”며 적정 규모는 시대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는 뜻을 밝혔다. 그가 “부통령으로서 내 역할은 미국인을 보살피는 것”이라고 말하자 관중석에서는 박수가 쏟아졌다.

미국은 1882년 중국인배제법, 1924년 존슨리드법을 도입해 아시아와 중동 출신 이민을 금지했지만, 이 기간에도 서유럽 출신 이민자는 받아줬다. 존슨리드법이 폐지된 1965년까지 한해에 적게는 5만 명, 많게는 44만 명이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 부인 우샤 개종 논란
세 자녀를 키우며 기독교와 힌두교, 미국과 인도 문화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냐는 질문에는 “우리는 자녀를 기독교 신자로 키우기로 결정했다”며 부인과 대화를 통해 내린 결론이고, 주일에 아이들과 교회에 갈 때 우샤도 함께 간다고 답했다. 밴스는 “언젠가 부인도 기독교 복음을 통해 같은 방식으로 보길 바란다”며 “그렇지 않더라도 신은 모든 사람에게 자유의지를 주셨기 때문에 내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부인의 개종을 희망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두고 일각에서는 “배우자의 종교적 결정을 존중하지 않는다”, “비(非)기독교 신앙을 폄하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밴스는 X에서 비판에 대해 “반(反)기독교적”이라 맞섰다.
● 비바람 속 농구장 가득 채워
미 NBC방송은 이날 행사가 열린 농구 경기장 9500석이 만석이었다고 전했다. 커크가 피살 당시 입었던 ‘자유(freedom)’ 문구가 적힌 티셔츠와 ‘마가(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모자를 쓴 학생들은 비바람 속에 행사 몇 시간 전부터 줄을 서 입장을 기다렸다.
최근 트럼프는 여러 차례 밴스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을 자신의 후계자로 지목했다. 지난달 27일 전용기 ‘에어포스 원’ 안에서도 기자들에게 “누가 그 둘을 상대로 출마하겠냐”며 “그들이 한 팀이 된다면 아무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한다”고 했다.
관중의 연호에 밴스는 미소 지으며 “너무 앞서가진 맙시다”라고 짧게 답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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