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2명, 메로나 하나 나눠먹고 특수절도범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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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밖 냉동고서 1500원 계산 않고 먹어 신고
가족, 사과-10만원 배상…점주도 처벌 원치 않아
경찰 “법대로” 특수절도로 송치…검찰, 기소유예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부산의 한 편의점에서 1500원짜리 메로나 아이스크림 1개를 계산하지 않고 나눠 먹은 30대 중증 발달장애인 2명에게 경찰이 특수절도 혐의를 적용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부산 부산진경찰서는 지난달 10일 부산 부산진구의 한 편의점 밖 냉동고에서 멜론 맛 막대 아이스크림 1개를 꺼내 계산하지 않고 나눠 먹은 혐의(특수절도)로 황모 씨(34)와 최모 씨(33)를 검찰에 송치했다. 둘은 일상 대화가 어렵고, 한 가지 질문에 오래 혼잣말하는 증상을 지닌 중증 발달장애인이라고 가족 측은 설명했다.

특수학교 동창생인 두 사람은 7세가량 때부터 장애인 시설에서 함께 교육받은 친구 사이였다. 가족 측에 따르면 두 사람은 지난달 10일 부산진구에 있는 황 씨의 매형 박모 씨(37)의 집에서 만났다. 이후 인근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내다 편의점 밖 냉동고에서 아이스크림 1개를 꺼내 한 입씩 나눠 먹은 뒤 계산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편의점 측 신고를 받은 경찰은 폐쇄회로(CC)TV 등을 확인해 두 사람을 피의자로 특정했다. 뒤늦게 사실을 알게 된 가족은 편의점 측에 사과하고 10만 원을 배상했다. 피해액의 약 67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편의점 점주도 사정을 안 뒤 이들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경찰에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경찰은 두 사람을 특수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 특수절도는 흉기를 휴대하거나 2명 이상이 합동해 남의 재물을 훔친 경우 등에 적용된다. 검찰은 피의사실이 인정되지만, 두 사람이 초범이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고려해 기소유예 처분했다.

가족 측은 법 적용이 과도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박 씨는 “메로나 하나를 훔치려고 발달장애인 두 명이 공모했다는 게 가능하냐”며 반발했다. 가족 측은 담당 수사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사회적 약자와 소액 절도에도 특수절도 혐의를 적용하는 게 타당한지를 따지는 헌법소원을 제기할 계획이다.

논란이 커지자 경찰은 입장을 내고 형법이 규정한 ‘2명 이상 합동 절도’에 해당한다며 이들에 특수절도 혐의를 적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CCTV 분석과 피의자 조사를 거쳐 두 사람이 돈이 없는 상태에서 아이스크림을 함께 가져가 먹기로 공모했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부모 등 신뢰관계인이 동석한 상태에서 조사를 진행했고, 피의자들이 중증 발달장애인이라는 점과 피해액이 적은 점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고 설명했다.경찰은 특수절도죄에 벌금형이 규정돼 있지 않고 징역형만 있다 보니 선택할 수 있는 처분 수단이 제한적이었다고도 밝혔다. 벌금형 규정이 없다 보니 즉결심판으로 넘기기도 어렵고, 훈방이나 자체 종결로 사건을 마무리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하태영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흉기를 쓴 것도 아니고 두 명이 함께 있었다고 특수절도를 적용한 것은 과도한 법 해석”이라며 “현행법상으로도 경찰이 재량권을 적절히 행사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발달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가 연루된 경미 사건의 경우 공모 정도와 장애 특성, 피해 규모에 따라 처분을 세밀하게 따지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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