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거시지표 상 호황을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따른 일시적 변곡점으로 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수출과 세수 등의 개선이 양극화와 내수 침체를 가리고 있다며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이른바 3고(高) 현상을 ‘성장의 비용’으로 단순화할 경우 민생 부담과 금융 불안 요인을 과소평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전윤철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9일 “반도체 등 특정 항목의 쏠림 현상이 거시 지표를 견인하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전 전 부총리는 “과거 자동차나 건설 산업이 뜰 때는 수천 개 부품사와 하청 노동자 등으로 온기가 퍼지는 낙수효과가 뚜렷했다”며 “반면 현재 호황을 이끄는 반도체는 고도의 자본·기술 집약적 산업이라 일반 제조업과 달리 고용 유발 효과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일부 산업의 선전만으로 경제 전반이 호황이라고 진단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유일호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산업 생태계 낙관론에 선을 그었다. 특히 3고 현상을 성장에 따른 당연한 대가로 해석하는 시각에 균형 잡힌 접근을 주문했다. 유 전 부총리는 “성장이 물가와 금리 상승 압력을 동반하는 것은 맞지만, 특정 논리만 내세워 현재의 3고를 불가피한 부작용으로 단정 짓는 화법은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성진 한국경제학회장(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출 호조로 달러가 유입되면 원화 가치가 상승해 환율이 떨어지는 것이 경제학의 기본 원리”라며 “환율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국내 투자 환경의 매력도 저하로 외국 자본 이탈 규모가 더 크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호조를 보이는 일부 지표만 믿고 내수 진작 등 과거 부양책을 반복해선 안 된다고 경고다. 기업들의 전반적인 경쟁력이 떨어져 있는 만큼 섣부른 부양책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전 전 부총리는 “수출이 늘어도 경제 전반에 활력이 돌지 않는 구조적 수축 국면”이라며 “반도체가 부른 지표 착시에 기대기보다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과감한 구조조정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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