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질주에 “코스피 1만” 간다는데…숨은 변수는 금리·유가·C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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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026.5.12 ⓒ 뉴스1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026.5.12 ⓒ 뉴스1
코스피가 장중 사상 처음으로 8000선 돌파를 시도했다.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반도체 슈퍼사이클 기대감이 시장을 밀어 올리면서 증권가에서는 “코스피 1만” 전망까지 다시 등장하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와 금리 변수, 중동발 유가 상승 등이 향후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경계도 동시에 나온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날 장중 7999.67까지 오르며 8000선 돌파를 눈앞에 뒀다. 이후 상승폭 일부를 반납한 가운데 오전 10시 18분 현재 코스피는 7792.87에서 등락을 이어가고 있다. 장 초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주 강세가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최근 한국 증시 전망치를 잇달아 높이고 있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코스피 목표치를 기본 시나리오 기준 9000, 강세 시나리오 기준 1만으로 제시했다. 현대차증권도 연말 코스피 상단 전망치를 1만2000까지 올려 잡았다.

● “유가보다 반도체”…AI 메모리 기대감 커지는 시장

이번 상승장의 중심에는 AI 메모리 수요 확대가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5월 1~10일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9.8% 늘어난 85억 달러를 기록했다. 월간 기준 반도체 수출은 13개월 연속 최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글로벌 IB들도 메모리 업황 전망을 잇달아 올리고 있다. 씨티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AI 토큰 사용량 증가와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요 확대에 따라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2026년 하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특히 앤스로픽 등 생성형 AI 기업들이 AI 모델이 한 번에 처리하는 데이터량(토큰) 한도를 확대하면서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더 빠르게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씨티증권은 “고객사들의 절박한(desperate) 메모리 조달 요청 속에 공급업체 가격 결정력이 전례 없이 강해졌다”고 진단했다.씨티증권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기존 30만 원에서 46만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씨티증권은 올해 글로벌 DRAM 평균판매가격(ASP)은 전년 대비 200%, 낸드플래시는 186%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제한된 생산능력 속에서 AI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골드만삭스의 앤드루 틸턴(Andrew Tilton) 이코노미스트 팀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과 대만이 ‘AI 기반 슈퍼 흑자(AI-driven super surplus)’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이번 AI 붐은 한국과 대만 역사상 가장 강력한 기술 사이클”이라며 “유가 상승 시나리오에서도 반도체 수출 증가 규모가 에너지 가격 부담을 압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한국의 AI 관련 수출 규모가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30% 수준까지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도체 수출 증가로 경상수지 흑자가 확대되면서 원화 강세 압력과 금리 인상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골드만삭스는 한국은행이 올해 3분기와 4분기에 각각 0.25%포인트씩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 “빚투 장세와는 다르다”…남은 변수는 금리·CPI

다만 단기적으로는 금리와 물가가 변수로 꼽힌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12일 보고서에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다시 4.4%대를 돌파하는 등 금리 부담도 공존하고 있다”며 “미국 CPI가 예상보다 높게 나올 경우 시장금리 상승과 함께 단기 매도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물가가 다시 오를 경우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질 수 있다는 점도 시장 부담 요인으로 거론된다.

한 연구원은 또 “현재 시장에서는 차익 실현 욕구도 함께 커지고 있다”며 “반도체 중심의 단기 수급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상승장이 과거와 같은 과도한 ‘빚투 장세’와는 다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연구원은 “코스피가 4월 이후 48% 오르는 동안 신용잔고는 10% 증가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8일 기준 코스피 신용잔고는 24조4000억 원으로 사상 최고 수준이지만 증가 속도 자체는 지수 상승폭보다 낮다. 반도체 업종의 경우 4월 이후 주가 상승률은 78%였지만 신용잔고 증가율은 1% 수준에 머물렀다. 시장에서는 ETF와 대형주 중심 자금 유입이 늘어나면서 과거 레버리지 중심 급등장과는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증권사들도 거래대금 증가 수혜를 받고 있다. 고연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삼성증권 실적 보고서에서 “거래대금 확대 국면에서 리테일 경쟁력이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삼성증권의 올해 1분기 연결 지배주주순이익은 4095억 원으로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143.9% 증가했고, 신용공여잔고 확대 영향으로 이자수익도 늘었다.

외국인 투자 접근성 개선도 증시 체력 강화 요인으로 거론된다. 삼성증권은 최근 글로벌 온라인 브로커리지 플랫폼 인터랙티브브로커스(IBKR)와 외국인 통합계좌 서비스를 출시했다. 고 연구원은 “해외 개인투자자의 국내 주식 접근성이 개선되면 투자자 저변 확대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AI·반도체 중심 수출 경기와 달리 내수와 비IT 업종은 여전히 고금리와 에너지 가격 부담에 노출돼 있어 시장 내부 온도차는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최근 오피니언 기사에서 “한국 증시는 장기적인 우상향보다 급등과 장기 정체가 반복되는 특성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일부 반도체 대형주 의존도가 높은 시장 구조가 변동성을 키운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AI 반도체 슈퍼사이클 기대가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중동 지정학 리스크에 따른 유가 상승과 미국 CPI 발표, 금리 변수, 단기 차익실현 물량 등은 향후 증시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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