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와 국제 신용평가사는 ‘수출 주도 경제’인 한국의 대표 펀더멘털(기초체력) 지표로 경상수지를 꼽는다. 경제 위기가 닥치기 전에는 어김없이 경상수지가 나빠졌고 반대로 호황기 때는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급증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올해 경상수지는 작년보다 두 배 이상 많은 2500억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다. 하지만 반도체 호황의 과실이 일부 고소득계층에 집중되는 등 서민 경제의 체감 경기는 여전히 차갑다.
한국은행이 지난 28일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경상수지 흑자는 2500억달러로 예상됐다. 지난해 기록한 역대 최대치(1230억달러)의 두 배에 이른다. 올해 경상흑자는 최근 3년(2023~2025년) 경상흑자 합산액(2556억달러)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한은은 반도체 수출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경상흑자가 크게 불어날 것이라고 봤다. 산업연구원은 올해 수출액이 9244억달러로 지난해보다 30.3%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 수출은 3501억달러로 지난해보다 101.1%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 이에 힘입어 네덜란드를 밀어내고 중국, 미국, 독일에 이어 ‘세계 4위 수출국’에 올라설 전망이다.
수출 호황은 성장률 상승과 세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한은은 낙관 시나리오에서 올해 실질 성장률이 3.1%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잠재성장률(1.8%)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정부는 올해 명목성장률이 10% 안팎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명목성장률이 현실화하면 2002년(11%) 후 최고치를 기록한다. 이 경우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11년 연속 3만달러 박스권에 갇혀 있는 1인당 국민총소득(GNI)도 사상 처음으로 4만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부의 국세수입도 지난해보다 11.1%(41조5000억원) 늘어난 415조4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 4월 추가경정예산 편성 당시 예상한 초과세수(25조2000억원)를 반영한 수치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 확대로 초과세수 규모가 추경 때보다 15조원가량 많은 40조원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호황의 온기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지는 못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 1분기 정규직 월평균 임금은 486만2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 상승했다. 하지만 임시·일용직 근로자 임금은 176만7000원으로 0.7% 오르는 데 그쳤다.
증시 호황의 과실도 상위 계층에 집중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2020~2024년 순자산 상위 20% 가구의 연평균 자본이득은 206만원이었다. 하지만 나머지 계층은 10만~41만원에 그쳤다. 상당수 국민은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증시 호황의 낙수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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