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항의 소소한 통찰] 챗GPT·애플 광고가 AI 대신 '사람 손길' 택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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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항의 소소한 통찰] 챗GPT·애플 광고가 AI 대신 '사람 손길' 택한 이유

산타클로스와 북극곰이 위험하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연말 광고를 내놓은 코카콜라에 혹평이 쏟아진 여파다. 1990년대 초 방영한 광고를 AI로 리믹스하듯 재생한 지난해 광고에 대해 코카콜라 측은 ‘인간의 창의성과 기술 발전의 만남’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AI를 활용한 동영상 제작으로 마케팅을 선도한다는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어색한 화면과 동작이 너무 눈에 띄었다. 광고 속 산타클로스와 북극곰까지 부자연스럽다는 지적에 친숙한 이미지마저 빛이 바래 버렸다.

올해 광고에서는 장면마다 다른 코카콜라 트럭의 모습을 유명 광고인이 SNS에 적나라하게 올리면서 더욱 곤혹스러운 지경이다. 행복(happiness), 마법(magic), 희망(hope) 같은 감성적 명사에 진짜(real)라는 형용사, 그리고 공유(share)라는 동사를 캠페인에 즐겨 쓰며 이 같은 이미지를 구현해 온 코카콜라였다. 하지만 최근엔 효율성을 추구하며 AI를 전면에 내세웠다가 역풍을 맞았다.

코카콜라와는 정반대 원칙을 적용하는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다. AI 대중화 돌풍의 진원지인 챗GPT에서 두 달 전 처음으로 글로벌 광고 영상물을 여러 편 공개했다. 광고에는 여자친구를 집으로 초대해 대접할 음식, 턱걸이 훈련법, 여동생과의 여행 계획 등을 챗GPT에 부탁하고 만족스럽게 결과를 즐기는 사람들이 나온다. 일상 속 AI를 자연스럽게 그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스토리 전개에 맞는 화면의 색상과 질감은 AI를 영상 제작에서는 전혀 활용하지 않았기에 가능했다고 한다. AI의 원조 기업이 막상 자사 광고에서 AI를 사용하지 않은 ‘반전’이다.

AI 홍수 시대의 흐름과 반대로 가고 있다는 증거 영상을 제시한 기업도 있다. 애플TV는 원래 끝에 붙어 있던 ‘+’ 기호를 뗀 새로운 로고를 지난달 발표했다. 결과물만 보면 생성형 AI로 만들었으려니 했을지도 모른다. 애플에서도 그런 우려가 있었는지 작업 과정을 담은 영상을 내보냈다. 유리로 새 로고를 만들고, 조명기사가 땀을 흘리면서 여러 각도에서 빛을 쏘고, 사람의 손으로 색을 입히고, 촬영을 했다. 아이폰17 프로를 이용한 연말 광고도 수작업으로 제작해 선보였다. 애플에서는 AI 대신 수작업을 택한 이유를 ‘인간 예술성(human artistry)’을 존중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 숭고한 뜻도 있겠지만, 실리적으로는 AI를 이용한 제작물로 뒤덮인 세상에서 다르게 보이고자 하는 욕구가 작용했다고 본다. 전문가들은 AI 그림과 인간의 손길이 한 땀 한 땀 스며든 작품을 구별해 낸다. 전문가들의 그런 평가는 시간을 두고 일반인에게도 퍼지고, 쌓이면 긍정적인 평판으로 이어진다.

효율성을 거스르면서 AI 사용을 거부하는 기업은 그런 자산이 있다는 걸 은연중 과시하려는 목적도 있다. 원래 사치(luxury)란 쉽고 싸게 구현할 수 있는 효능을 돈과 시간을 많이 들여 부러 비싸게 만드는 것이라는 냉소적 표현이 있다. 명품 브랜드임을 과시하고 싶은 기업이 생성 AI 사용을 거부하는 현상이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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