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은 막다른 벽이 아니라 문입니다. 일단 문을 열면 새로운 기회가 무궁무진합니다.”
광고대행사 HSAD의 박동화 AI 디렉터(사진)는 29일 인터뷰에서 “AI는 위협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최적의 도구”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가 제작한 AI 영화 ‘메신저’는 뉴욕 필름 어워즈 등 국제 영화제 5곳에서 ‘최우수 AI 영화’ 상을 휩쓸었다. 러닝타임 8분 5초의 이 작품은 약 2개월간 기획·촬영·편집 등 제작 전 과정을 생성형 AI로 완성했다. 박 디렉터는 머릿속의 아이디어를 빠르게 검증할 수 있는 AI에 매력을 느끼고 퇴근 후 시간을 쪼개 공부했다. 구독료로만 월 100만원 이상 지출할 만큼 몰입한 결과 광고 업무에 자유자재로 AI를 사용하는 AI 디렉터로서의 역량을 갖추게 됐다.
영화감독도 AI 엔지니어도 아닌 그가 영화제를 휩쓴 비결은 기술이 아니라 이야기였다. 박 디렉터는 “심사위원들이 스토리텔링과 메시지에 울림이 있었다고 평가했다”며 “결국 AI 영화에서도 AI는 도구일 뿐이고 중요한 건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인문학적 역량”이라고 강조했다. 단순 AI 기술력이 아니라 작품의 스토리텔링과 그에 맞는 기술 활용 등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의 역량에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것이다.
박 디렉터는 AI의 비용 절감 효과도 분명하다고 봤다. 그는 “실사로 장편영화를 제작하면 수십억원이 들지만 AI로는 1억원 미만에서 제작을 마칠 수 있다”며 “비용 부담에 상상도 못하던 것도 얼마든지 만들어 제안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AI 영화 제작 과정에서도 원하는 장면을 얻으려면 ‘레디, 액션’을 반복하듯 생성을 거듭해야 한다”며 “단순히 버튼만 누르면 결과물이 바로 나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AI 활용 능력과 크리에이터 감각을 동시에 갖춘 전문가의 역할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AI가 광고업계를 잠식할 것이라는 우려에는 “긴장하되 두려워하지는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AI는 이미 왔고 어떻게 잘 활용할지 고민하는 게 더 중요하다”며 “벽이라고 생각하면 막막하지만 문이라고 여기고 열면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이 그 이상으로 넓어진다”고 말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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