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깊어진 민주당
정권심판 띄워 黨 결집한 李
1심 유죄판결에 리더십 타격
대법서 유죄 최종 확정되면
대선 비용 434억 반납해야
사법부 비판 수위 놓고 고심
고강도 대응 땐 오히려 역풍
◆ 이재명 1심 판결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당 내부의 예상보다 높은 형량을 선고받으며 피선거권 제한 가능성이 커지자 민주당이 '패닉'에 빠졌다.
전날 김건희 여사 특검법 국회 처리에 이어 이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 또는 100만원 미만 벌금형을 받아 이 대표 사법 리스크의 1차 관문을 넘어서려던 민주당의 전략에 막대한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이날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대로 형이 확정되면 이 대표는 무려 10년간 선거에 출마할 수 없게 된다.
일찌감치 민주당을 '일극체제'로 전환하고 윤석열 정권 심판론을 띄웠던 이 대표는 물론 민주당 전체가 정권 탈환으로 향하는 궤도를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선고 공판 직후 서울중앙지법을 떠나며 "도저히 수긍하기 어려운 결론"이라며 항소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선거법 항소심이 심급마다 3개월 이내 판결을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 대표가 향후 대법원 상고까지 하더라도 내년 상반기 내에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 나오게 된다.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단일대오로 뭉쳐 있던 민주당이 당장 급속도로 분열하는 결과에 이르지는 않겠지만 일극체제에는 금이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당장 이 대표 리더십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형이 최종 확정되면 이 대표는 국회의원직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또 정당법상 선거권이 없는 경우 당원 자격을 상실하는데 이 경우 이 대표는 당 대표직까지 내려놓아야 할 수도 있다.
특히 그동안 일관되게 무죄를 주장해 왔던 만큼 이날 법원의 판단으로 이 대표의 주장도 신빙성을 잃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은 이 대표 주장만을 믿고 덮어놓고 무죄라고 외치기가 애매해졌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김 여사 특검법'과 '명태균 이슈' 등으로 똘똘 뭉쳐 정권심판론을 띄우던 당의 분위기에 이날 선고가 찬물을 뿌리게 됐다. 당 안팎에서 이 대표를 비토하던 비이재명계(비명계) 세력에게는 명분과 기회가 주어진 셈이 됐다. 야당의 내부 균열이 빨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4월 총선 과정에서 공천 학살을 당했던 비명계가 목소리를 높이면 이들을 향한 친이재명계(친명계) 의원들의 견제와 비판이 고조될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에서는 새로운 진보 세력의 대안으로 '초일회'를 앞세운 비명계 전직 의원들이 힘을 합하고 이른바 '3김(김동연 경기도지사·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김두관 전 의원)' '3총(김부겸·이낙연·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보폭을 넓히기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와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최근 독일 베를린에서 극비리에 회동을 하기도 했다. 정부·여당과 민주당 모두를 비판하고 있는 전병헌 새미래민주당 대표는 이날 "거짓을 덮기 위해 더 큰 거짓 포장지로 위장했던 이재명 대표의 말을 되돌려 드린다"며 "진실은 숨겨지지도 사라지지도 않는다"고 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형이라는 1심 결과를 고려할 때 항소하더라도 벌금 100만원 미만으로 형량이 줄어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반응도 나온다.
만약 100만원 이상의 형이 최종 확정될 경우 민주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보전받은 지난 대통령선거 비용 434억원도 반납해야 한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감당 못할 수준은 아니지만 2026년과 2027년 대규모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당의 재정에 심각한 타격이 발생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최악의 경우 '분당 후 재창당'이라는 정치적 꼼수를 쓸 가능성도 제기한다.
한편 민주당은 예상 밖 결과에도 표면적으로는 담담한 반응을 나타냈다.
친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 대표를 사수해야 한다는 릴레이 주장이 이어졌다.
친명계의 대표적 인물인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선고가 나온 직후 "뒷걸음쳐 돌아가는 것 같지만, 진실의 역사는 한 걸음씩 앞으로 나가 왔다"며 "우리는 끝내 이길 것"이라고 했다.
강선우 민주당 의원은 "정치 테러 이후 차디찬 겨울날 당무에 복귀하며 이재명 대표가 남겼던 말씀을 다시 한번 곱씹는다"며 "법으로도 죽여보고, 펜으로도 죽여보고, 그래도 안 되니 칼로 죽이려고 하지만, 결코 죽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병기 민주당 의원은 "명백한 정치탄압이며 사법부를 이용한 야당 죽이기"라고 주장했다.
당내 원로인 박지원 민주당 의원도 "헌법상 사법부는 3심제이니 의연해야 한다"며 "우리는 정권교체를 위해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뭉쳐 투쟁할 것"이라고 했다.
[전형민 기자 / 구정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