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대행 ‘대통령몫’ 문형배-이미선 후임 재판관 지명
이재명 “토끼가 호랑이굴 들어간다고 호랑이 되나”
이완규, 尹의 측근…계엄때 ‘안가 회동’ 논란도
더불어민주당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2명을 지명한 데 대해 “정신 나갔다”며 격한 반응을 쏟아냈다. 이재명 대표도 한 권한대행을 겨냥해 “토끼가 호랑이 굴에 들어간다고 호랑이가 되는 건 아니다”라며 날을 세웠다. 민주당은 권한쟁의심판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재명 대표는 8일 문형배,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임으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지명된 데 대해 “헌법재판소 구성은 선출된 대통령과 선출된 국회가 3인씩 임명하고, 중립적인 대법원이 3인을 임명해서 구성하는 것”이라고 했다. 선거로 뽑히지 않은 국무총리가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 황정아 대변인은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지명이라니 정신이 나가도 한참 나갔다”고 비판했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정청래 의원도 “국무총리가 대통령 행세하나”라고 했다.
민주당은 이 법제처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점도 문제삼았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인사의 면면과 정황상 내란 수괴 윤석열의 배후 조종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김윤덕 사무총장은 “이완규가 누구인가. 계엄 해제 다음날 밤 삼청동 안가회동의 4인방 중 한 명”이라고 했다.
박지원 의원은 “이 법제처장이 2022년 윤 전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자문했고, 같은해 5월 법제처장에 취임하며 (국민의힘을) 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헌법재판관으로는 ‘당원의 신분을 상실한 날로부터 3년이 경과되지 않은 사람’을 임명할 수 없다.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에 대한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한민수 대변인은 이날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권한쟁의심판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을 통해 이번 지명이 원천적 무효임을 밝히겠다”고 밝혔다. 다만 대통령 파면으로 권한을 침해당한 대상이 불분명해 청구 주체 문제를 두고 고심하는 분위기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와 대법원의 지명한 헌법재판관 외에는 임명하지 못하도록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의 소급 적용 가능성도 시사했다. 현재 해당 법안은 법사위 소위에서 의결된 상태다.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박범계 의원은 소급 가능성에 대해 “전체 회의에서 얼마든지 부칙 조항을 만들 수도 있다”고 했다.
이날 당내에선 한 권한대행을 재탄핵해야 한다는 요구도 이어졌다. 다만 원내지도부는 “당장 대선이 55일 남은 상황에서 선거 관리 등에 미칠 혼란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신중한 기류다. 법사위에 탄핵안이 회부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탄핵도 당장 속도를 내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