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 위반여부 두고 여야 대립
①당선인은 공무원인가
②부당한 영향력 행사
③녹취록 불법성 여부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이던 때 국민의힘 공천에 불법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몇 가지 법적 쟁점이 떠올랐다.
민주당은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를 들어 향후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 의뢰 등 법적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명태균진상조사단 단장을 맡은 서영교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공천에 개입했다고 낱낱이 수사해 (당시)윤석열 검사가 8년 형을 구형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번 녹취록을 통해 ‘공직선거법 위반’이 확인됐다는 입장이다. 공직선거법 9조 1항은 ‘공무원 등 기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는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나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취임 전 대통령 당선인을 선거법이 규정한 공무원으로 볼 수 있느냐가 첫 번째 쟁점이다. 야당은 대통령 당선인을 공무원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당선인 신분으로 정부 예산을 통해 경호를 제공받고, 대통령에 준하는 사회적 위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사실상 공무원”이라고 주장했다.
박균택 민주당 법률위원장은 “경쟁할 중요한 후보들이 있는데 마음대로 한 명을 전략 공천해 연고도 없는 동네에 꽂았다는 것”이라며 “위력에 의한 업무 방해가 성립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처벌 조항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따라 유추 적용이 금지된다”며 “법 조항에 ‘공무원’이라고 명시돼 있으면 공무원만 처벌할 수 있다. 공무원과 비슷하다고 보아 처벌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까지 공개된 녹취록만으로는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추가 녹취 등을 통해 윤 대통령이 공식 취임한 5월 10일 이후에도 선거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다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가 쟁점이 된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공무원 신분이라고 해도 지위를 이용해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단순히 당원으로서 의견을 내놓은 것에 불과하고 별다른 영향력이 없었다면 죄가 성립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윤기찬 국민의힘 법률위원회 부위원장은 “공직선거법상 공무원의 행위 유형에는 선거 기획을 한다거나, 기획한 것을 같이 실행한다거나, 경선에 관여하는 등 몇 가지가 정해져 있다”며 “거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녹취록의 불법성도 쟁점이다. 불법 수집한 증거라면 증거로서 효력 자체가 없어서다. 윤 부위원장은 “명태균 씨가 대통령과 자신의 통화 내용을 타인에게 들려주는 것을 현장에 있던 누군가가 녹음한 것이라면 그건 불법 녹음”이라며 “형사재판에서는 그것이 불법 수집 증거이기 때문에 증거 능력이 없는 걸로 취급된다”고 했다. 반면 이용우 민주당 법률위원장은 “오염된 물증이 아니다”라며 “경선 공천은 가장 핵심적인 당무인데 그에 관해 엄청난 권력자가 언급했다는 것은 직접적이고 노골적인 당무 개입”이라고 말했다.
선거법 위반의 공소시효는 일반적으로 6개월이지만 공무원이 선거에 개입하거나 특정 후보자에게 유리하게 행동하는 등 중대한 위반을 저지른 경우 시효가 10년으로 늘어난다. 형사불소추 특권이 있는 대통령의 경우 임기가 끝날 때까지 시효가 정지된다는 견해가 많다. 민주당 관계자는 “대통령 당선 시점부터 공소시효가 정지된다”며 “공소시효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탄핵 추진으로 이어질 개연성과 관련해 윤 부위원장은 “당시 대통령 신분이 아니기 때문에 직무상 행위가 아니라 일단 탄핵은 안 된다”고 주장했다. 윤 부위원장은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에는 친박 후보들을 당선시키기 위해 여론조사를 하는 등 선거 기획을 했다”며 “그것과 이번 일은 전혀 다르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