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는 미중 간 무역협상 결과를 앞두고 나흘 만에 하락세를 나타냈다. 시장은 글로벌 경제대국인 양국 간 무역 협상이 세계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고, 유가 상승도 이끌 수 있다며 이번 협상에 예의주시하고 있는 분위기다.
블룸버그,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1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보다 0.47% 내린 배럴당 64.98달러에 마감했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가격은 전날 대비 0.25% 하락한 66.87달러에 마쳤다. 각각 지난 4일 이후 처음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미국과 중국이 이날 영국 런던에서 무역협상 2일차에 들어간 가운데 낙관적인 분위기를 보이자 상승세였던 유가가 하락 반전했다는 분석이다. 이날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은 "중국과의 무역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며, 오늘 저녁 끝나기를 바라지만, 우리는 내일까지 여기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루 더 연장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해석이다.
오닉스캐피털의 해리 칠링귀리언 리서치 책임자는 "시장은 미중 협상이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지켜보고 있다"면서 "이같은 분위기가 유가를 지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기업 사우디아람코는 다음달 중국에 공급할 원유를 전월 대비 100만배럴 감소한 약 4700만배럴로 책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감산 정책은 OPEC+의 감산 완화가 추가 공급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초기 신호일 수 있다고 해리 칠링귀리언은 말했다.
로이터 분석에 따르면 OPEC의 5월 원유 생산량 증가는 제한적이었으며,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OPEC 산유국 이라크가 이전 과잉 생산을 상쇄하기 위해 생산량 목표치를 밑돌았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는 합의된 것보다 소폭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OPEC 산유국 세 번째인 이란은 미국 제재가 완화되면 더 많은 석유를 수출할 수 있어 원유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세계은행(WB)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 영향으로 올해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2.3%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침체기(recession)를 제외하고는 최저 수준에 해당한다. 세계은행은 "글로벌 경기침체는 예상되지 않지만 향후 2년간 경제 전망이 현실이 되면 2020년대 7년간의 평균 경제 성장은 1960년대 이래 최저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