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주문 폭주에도 주가는 하락…美 방산주의 이상한 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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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6.04.27 08:45 수정2026.04.27 08:45

중동 전쟁으로 정밀 미사일 등 첨단 무기 수요가 늘고 있다./사진=AFP연합뉴스

중동 전쟁으로 정밀 미사일 등 첨단 무기 수요가 늘고 있다./사진=AFP연합뉴스

전쟁이 길어지면 방산업체에게 호재하는 통념이 흔들리고 있다. 매출은 늘었지만 생산설비 확대 부담과 공급망 차질, 국방예산 통과 불확실성이 투자심리를 짓누르고 있어서다.

2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동 전쟁이 몇 주째 이어지며 정밀 미사일과 요격체 수요가 급증했지만, 미국 주요 방산업체 주가는 오히려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쟁이 방산 수요를 올리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향후 수년간의 무기 주문을 앞당긴 1조5000억달러 규모의 사상 최대 국방예산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RTX, 노스럽그러먼, 보잉 등은 최근 강한 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캐시 워든 노스럽그러먼 최고경영자(CEO)는 “이란과의 충돌로 긴급성이 크게 높아졌다”며 “전 세계적으로 제품 수요가 매우 강하다”고 말했다.

특히 미사일 수요가 실적을 끌어올렸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 미사일과 드론을 요격하기 위한 패트리엇 수요가 늘어난 데다, 지난해 이스라엘과 이란의 12일 충돌로 미국의 방어용 미사일 재고가 대거 소진되면서 추가 주문 압박이 커졌다.

RTX의 레이시온 부문 매출은 패트리엇과 스탠다드 미사일 판매 증가에 힘입어 10% 늘어난 69억달러를 기록했다. 록히드마틴의 미사일 부문 매출도 8% 증가한 36억달러로 집계됐다. 노스럽그러먼은 10여 종 이상의 미사일에 쓰이는 고체 로켓 모터 생산능력을 이미 두 배로 늘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가는 실적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란 전쟁이 시작된 2월 28일 이후 다우존스 미국 항공우주·방산지수는 약 10% 하락했다. 같은 기간 S&P500지수가 약 3%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시장은 방산업체들이 국방부 수주를 따내기 위해 주주환원보다 설비투자에 더 많은 현금을 써야 한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제프리스의 셰일라 카야오글루 애널리스트는 “이 기회를 실적으로 연결하려면 시간이 걸리고 점진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공급망 문제도 발목을 잡고 있다. 록히드마틴은 F-16 전투기와 C-130 수송기 생산 지연으로 수익성이 악화됐다. 미사일 주문이 늘어도 전투기와 수송기 같은 대형 항공기 매출 비중이 더 큰 만큼 전체 실적 개선 효과는 제한적이다. 록히드는 패트리엇 미사일 생산량을 세 배 이상 늘리는 7년 계약을 맺고 설비투자 확대를 약속했다. 노스럽그러먼도 B-21 스텔스 폭격기 생산 확대를 위해 2억달러를 추가 투입할 계획이다.

전쟁은 방산업체에 기회이면서 동시에 비용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가 상승으로 항공사들이 운항을 줄이면 항공기 정비 수요가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RTX 주가를 압박했다.

여기에 의회가 재정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국방비 증액을 얼마나 승인할지도 불확실하다. 마이클 왕 캡스톤 애널리스트는 “올해 의회에서 얼마나 큰 예산이 통과될지 회의론이 있다”며 “전투기나 대형 함정 같은 사업은 증액되더라도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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