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HAI)가 2026년 4월 13일 발표한 ‘AI 인덱스 2026’은 한국을 ‘AI 모델’ 부문에서 미국·중국에 이어 세계 3위로 평가했다. 국내 AI 산업의 약진은 괄목할 만하나, 그 이면에서는 학습 데이터에 관한 각국의 규제 체계가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 미국과 EU의 상이한 접근법은 글로벌 서비스를 운영하는 우리 기업에 실질적인 대응을 요구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2026년 3월 20일 발표한 ‘국가 AI 입법 프레임워크(National Policy Framework for Artificial Intelligence Legislative Recommendations)’는 연방 차원의 포괄적 AI 입법 권고안이다. 행정부는 저작물의 AI 학습 활용이 연방저작권법을 위반하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히면서도, 연방저작권법상 공정이용에 관한 개별 판단은 사법부의 몫으로 두었다. 또한 의회에는 권리자와 AI 기업이 독점금지법 적용 없이 라이선스를 집단협상 할 수 있는 제도 도입을 권고해 시장기반 해결을 유도했다.
미국·EU 규제 모델의 혼재, 국내 AI 기업이 직면한 현실
반면 올 8월 전면 시행되는 ‘EU AI Act’는 사전규제에 방점을 찍는다. EU는 기존 ‘디지털 단일시장에서의 저작권 지침(CDSM)’에 따라 과학적 연구 등을 제외하고는 저작권자의 옵트아웃(Opt-out) 권리를 인정하며(제3조, 제4조), 범용 AI 모델 사업자에게 학습 콘텐츠 요약 공개 의무 등 사전 의무를 부과한다(제53조 제1항 (d)호). 미국은 ‘사후 책임’을, EU는 ‘사전 의무’를 택한 셈이다.
2026년 1월 시행된 ‘인공지능기본법’은 학습용 데이터를 법률상 개념으로 정의하고 고영향 AI 사업자에게 설명 의무를 부과해 EU에 가까운 사전 규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가 2026년 2월 발간한 ‘공정이용 안내서’는 상업적 크롤링도 공정이용에서 원천 배제되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혔다. 미국과 같이 사안별로 공정이용에 관한 판단의 여지를 열어둔 것이다. 미국식 사후 책임과 EU식 사전 의무가 국내에서 혼재하는 것이다.
‘데이터 신뢰성’이 곧 경쟁력…기업이 갖춰야 할 4대 핵심 전략
이처럼 한 방향으로 갈피를 잡기 어려운 규제환경 속에서 기업의 선제 대응 방향이 중요해졌다. 우선, 저작물이 포함된 경우 저작권자와의 이용허락 계약 체결을 우선 고려하되, 공정이용을 주장하려면 그 요건 충족 여부를 사전에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둘째, EU 시장에 진출한다면 데이터 소스의 옵트아웃 등록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셋째, 고영향 AI 사업자에 해당한다면 학습 데이터의 종류·출처·규모를 체계적으로 기록·관리하는 내부 거버넌스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넷째, 학습 데이터에 개인정보가 포함되었으면 개인정보보호법상 적법한 처리 근거를 확보하고 목적 외 이용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
결국 AI의 경쟁력은 더 많은 데이터를 보유했는지 보다, 사용하는 데이터를 적법하고 신뢰할 수 있게 설명할 수 있느냐 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이를 위해서는 법무, 컴플라이언스, 개인정보, 보안, 개발, 사업 부서가 협력해 설계한 데이터 거버넌스 체제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바른 컴플라이언스리포트]에서는 법무법인 바른 기업법무2그룹 변호사들이 기업경영에 필요한 컴플라이언스 이슈를 주제별로 선별해 연재합니다. 이의규 변호사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에서 주요 계열사의 컴플라이언스·거버넌스 실무를 담당하고, 법률AI 스타트업의 법무ㆍ컴플라이언스 팀장을 거친 후, 현재 기업 리스크 관리(GRC), 컴플라이언스 구축, AI 및 데이터 규제 업무를 자문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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