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현대차 31조 대미투자 현명…트럼프2기 남북개선 대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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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펴낸 문정인 전 외교안보특보
미 우선주의 보복 관세에 실패할 것
남북 접근해 미중 의존도 줄여야
친미 읍소 경계, 산업 공동화 논쟁될 것

  • 등록 2025-04-01 오전 7:50:00

    수정 2025-04-01 오전 7:50:00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지금의 트럼프 2기는 미국이 엄청난 시간과 돈을 들여 애써 만들어놓은 동맹 구도와 자유국제주의 질서를 하나씩 깨트리고 있다.”

외교·안보 분야 국내 대표 석학인 문정인(74)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는 31일 최근 펴낸 ‘미국 외교는 왜 실패하는가’(메디치미디어) 출간 간담회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연합(UN),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세계무역기구(WTO) 등과 같은 호혜적 국제질서를 만들어왔다면, 트럼프 2기는 ‘미국 우선주의’와 관세를 바탕으로 한 보호주의 기조를 앞세워 국제법과 국제규율 등을 무시한 채 역행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문정인(74) 연세대 명예특임교수가 31일 서울 안국동 한 카페에서 열린 신간 ‘미국 외교는 왜 실패하는가’(메디치미디어) 출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김미경 기자).

책은 2023년 9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연세대 제임스 레이니 강좌에 초빙한 11명의 외교·안보 분야 해외 석학들의 강연에 트럼프 2기 외교 전망을 추가해 직접 엮었다. 문 교수는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을 지냈으며, 2000년, 2007년, 2018년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에 모두 참가한 유일한 학자다.

문 교수는 “미국은 과거 개발도상국들을 원조해주고 발전을 도모했던 상징성이 있었는데, 미국 스스로가 이를 파괴하고 있다”며 “트럼프 2기 외교정책이 실패하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4년 뒤 민주당이 집권하더라도 데미지(타격)는 클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에 따르면, 관세가 오르면 물가가 뛸 것이고, 인플레이션에 기업(시민)은 더 어려워지며 결국 보복 관세로 미국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문 교수는 “트럼프는 그동안 미국이 패권적 국가 역할을 하면서 손해 봤다는 의식이 깊게 깔려있다. 그간의 동맹 정책이 득이 없다고 보고 ‘무임승차’ 동맹국들에 대가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미국의 백인 중산층인 블루칼라 워커를 위한 경제 정책을 바탕으로 ‘미국을 더 부유한 나라’로 만들겠다는 게 트럼프의 시각”이라고 일갈했다.

우리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문 교수는 막연한 친미 동맹, 동맹에 대한 과도한 신뢰(기대)를 경계했다. 그는 “친미에 읍소하면 사정을 들어줄 것이라는 착각을 해선 안 된다. 우리의 카드는 북한과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라며 “남북관계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고, 북한과의 새로운 위상 정립을 통해 미·중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 한미동맹은 목적이 아니라 도구다. 선제적으로 나아가는 게 유리하다”고 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31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에 대해선 “현대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게 없다. 중장기 측면에서 관세 장벽을 극복하는 현명한 투자”라면서도 “국가 입장에선 부가 줄고, 국내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다. 산업 공동화 우려로 추후 한국 내 자체에서 논쟁을 가져올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국 에너지부가 우리나라를 에너지 민감국가로 분류한 것과 관련해선 “국내에서 핵무장론, 핵주권론이 계속 거론되고, 탄핵 정국이 맞물리면서 자연스레 감시대상이 된 것”이라며 “민감하게 볼 필요는 없다. 미국에 역이용 당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문정인(74) 연세대 명예특임교수가 31일 서울 안국동 한 카페에서 열린 신간 ‘미국 외교는 왜 실패하는가’(메디치미디어) 출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김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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