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공 식품, 패스트 푸드 등의 소비가 늘면서 대장암은 주요 건강 문제로 떠올랐다. 전 세계적으로 55세 이하의 신규 대장암 진단 사례는 최근 몇 년 동안 두 배 증가했다.
매주 2인분 이상의 요거트를 먹는 사람은 비피도박테리움 양성 근위 결장암 발병률이 20% 낮다는 연구 결과가 지난 2월 미생물학 분야 최고 권위 학술지 장내 미생물(Gut Microbes)에 실렸다.15만 명을 대상으로 한 이 연구에서 요구르트 섭취와 전체 대장암 발생률과는 뚜렷한 연관성이 없었다. 하지만 일주일에 최소 2회 섭취하면 비피도박테리움 양성 결장암 위험이 20%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로 결장 오른쪽 부위인 근위 결장암의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파악됐다. 근위 결장암은 원위(결장 왼쪽) 결장암보다 더 위험하다. 생존율이 가장 낮은 암 유형 중 하나다.요거트는 어떻게 특정 대장암 위험을 낮출 수 있을까.
암 전문의인 영국 앵글리아러스킨대학교 의학부 저스틴 스테빙(Justin Stebbing) 교수는 장내 미생물 군집의 균형을 맞춰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그는 연구자들이 직접 기고하는 비영리 학술매체 더 컨버세이션을 통해 “장내 미생물군은 소화, 면역 기능, 심지어 암 발생 위험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등 전반적인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장내 세균은 암 자체에 서식할 수 있으며, 일반적으로 이러한 세균의 건강한 균형은 강력한 면역 체계를 유지하고 암 발생을 유발할 수 있는 염증을 예방하는 데 필수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스테빙 교수에 따르면 요거트에는 락토바실러스 불가리쿠스(Lactobacillus bulgaricus)와 스트렙토코커스 테르모필루스(Streptococcus thermophilus)와 같은 유익한 생균이 포함되어 있어 이 균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요거트가 암 위험을 줄이는 메커니즘은 몇 가지 이론이 있다.
첫째, 장내 미생물군집 조절.
요거트의 유산균(프로바이오틱스)은 장내 세균(박테리아)의 다양성과 균형을 개선해 염증과 발암성 화학 물질 수치를 낮출 수 있다.
둘째, 항염증 효과.
요거트는 점막이라고 부르는 대장 내벽 세포에서 항염증 효과를 발휘하여 암 발생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셋째, 대장 장벽 기능 개선.
요거트는 암 위험 증가와 관련 있는 장 투과성을 줄일 수 있다.
요거트는 항암 효과 외에도 칼슘이 풍부해 뼈 밀도를 높여 골다공증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정기적으로 섭취하면 혈압 저하와 심혈관 질환 위험 개선도 기대할 수 있다.
요거트를 선택할 때는 살아 있는 유산균이 들어있고, 설탕이 첨가되지 않은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첨가당 제품은 체중 증가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비만과 발암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플레인 요거트나 무가당 그릭 요거트는 일반적으로 단백질 함량이 높고, 당분이 적다. 지방 함량을 줄이지 않은 전지방(Full Fat) 요거트는 저지방이나 무지방 제품보다 가공 성분이 적은 경우가 많다. 요거트에는 9가지 필수 아미노산이 모두 함유되어 있으며, 장 건강 개선 외에도 플레인 그릭 요거트 1회 제공량에는 15~20그램의 단백질이 들어 있다.
하지만 요거트는 암 예방 ‘약’이 아니다. 과일, 채소, 통곡물, 견과류 등이 풍부한 건강한 식단의 일부로 섭취하고 금연, 절주, 가공육 섭취 제한, 활발한 신체활동 등 대장암 예방책과 결합할 때 효과를 볼 수 있다.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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