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먼저 움직이더라”…질소가스 속 생명 구한 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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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천안 신축사업장 가스 흡입 사고 현장서 심폐소생술

22일 경기 수원시 경기도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제14회 경기도민 심폐소생술 경연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이 상황극과 함께 심폐소생술을 시연하고 있다. 2025.04.22 뉴시스

22일 경기 수원시 경기도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제14회 경기도민 심폐소생술 경연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이 상황극과 함께 심폐소생술을 시연하고 있다. 2025.04.22 뉴시스
11일 충남 천안시 서북구 한 공장 신축사업장에서 통전작업 중 발생한 질소가스 흡입 사고에서 심폐소생술(CPR)로 소중한 생명을 구한 의인의 글이 올라와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1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어제 CPR로 사람을 살렸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작성자 A씨는 장문의 글을 통해 천안의 한 신축사업장에서 벌어진 질소가스 흡입 사고 현장에서 있었던 일을 생생하게 밝혔다. 해당 글은 올라온 지 하루도 안 돼 7000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큰 호응을 얻었다.

A씨에 따르면 사고일이었던 11일 오후 그는 직장 상사와 업무차 사고 건물을 찾았다. 그러다 갑자기 코 앞에서 들려오는 비명에 놀라 소리가 나는 현장으로 갔다고 한다.

A씨가 갔을 때 현장에는 긴 복도에 정신을 잃고 쓰러진 3명이 있었다. 또 주변에서는 혼란스러운 아우성과 도움을 청하는 소리가 뒤섞이는 등 그야말로 아비규환 상태였다.

그는 “3명이 동시에 쓰러졌다면 가스 누출이나 폭발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했다”며 일단 현장을 벗어날지 고민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쓰러진 3명 중 눈에 밟히는 가장 위급해 보이는 한 사고자가 있었다고 한다. 해당 사고자는 눈꺼풀이 심하게 떨리고 혀가 말려 들어가며 몸이 굳어가는 증상을 보였다.이에 A씨는 “몸이 움직이는 대로 따랐다”며 “의식이 없는 사고자의 얼굴을 두드리고 큰 소리로 부르며 똑바로 눕혔다”고 설명했다. 이후 그의 두 손은 자신도 모르게 사고자의 가슴께로 향했다고 한다.

과거 회사에서 받았던 CPR 교육과 TV에서 본 응급처치 요령을 떠올린 그는 “깍지 끼고 1초에 2회씩 강하게”라는 구호를 되뇌며 심폐소생술을 시작했다. 그가 CPR을 하는 동안 동행했던 상사는 119에 신고하고 주위를 환기했고 주변 사람들도 사고자의 신발과 허리띠를 벗겨주고 몸을 주물렀다.

A씨는 CPR을 하는 내내 그는 “화가 날 정도로 119 구급대가 체감상 너무 늦게 도착하는 것 같아 초조했다”며 “팔에 힘이 빠지는 와중에도 시시각각 변해가는 사고자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 짧은 시간에 내가 제대로 하는 것인지, 혹시 더 악화시키는 것은 아닌지 수없이 의심했다”며 “그렇게 CPR이 계속되던 중 사고자의 의식이 희미하게 돌아오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환자의 입에서 소리가 나오자 주변 사람들은 그에게 CPR을 멈춰도 된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한다. 그제야 온몸의 힘이 빠져나가는 걸 느낀 A씨는 “그제야 현장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었다”며 “쓰러진 다른 사람들도 이미 의식을 되찾았다”고 이야기했다.

이후 구급차가 도착하고 사고 조사가 시작되는 동안 사고자 동료들이 다가와 “정말 고생하셨다”,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보냈다고 한다.

그날 밤 그는 사고자가 의식이 완전히 돌아왔고 갈비뼈 네 대가 골절됐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CPR과 응급처치는 반드시 배워둬야 한다”며 “당장 내 가족이 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며 119만 기다릴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해당 게시글 끝에 CPR 동영상이 담긴 링크도 첨부했다.

한편 지난 11일 오후 2시50분께 충남 천안시 서북구 한 공장에서 통전작업 중 발생한 이날 사고로 근로자 6명이 질소가스를 흡입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A씨와 구급대원 등의 노력으로 모두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로 전해졌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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