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이미 초고령 사회(65세 이상 인구가 20% 이상인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전체 인구의 약 18.4%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의 예측에 따르면 2025년에는 20%를 넘어 초고령 사회에 본격적으로 진입할 것이며 2040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33.9%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수도권 이외 지역들의 고령화 속도는 더욱 가파른 것으로 보인다. 고령자 인구의 비율만 본다면, 부산, 대구, 광주 등 주요 광역시들은 이미 초고령 사회로 진입했다.
인구 구조의 변화는 교통수요, 즉 모빌리티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시장에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교통수요의 다수가 65세 이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현재 모빌리티 시장은 이러한 지각변동에 대해 '육체적으로 이동이 불편한 노인을 위한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정도의 좁은 관점에서 대응하는 경향이 있다. 과연 65세 이상 인구의 대다수가 이동에 육체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까? 그들은 모두 스마트폰 사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디지털 격차를 느끼고 있을까? 은퇴 이후 경제 및 사회활동이 감소하여 이동의 필요성을 예전처럼 느끼지 못하고 있을까?
실제로 현재의 고령자들은 과거의 고령자와는 다르다. 이들은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며 디지털 격차를 크게 느끼지 않는 경우도 많다. 또 은퇴 이후에도 경제 및 사회활동에 활발히 참여하고 여전히 이동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향후 교통수요의 다수를 차지할 65세 이상 인구들의 통행패턴, 라이프스타일, 모빌리티 서비스에 대한 니즈를 냉철하고 명확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도시 교통서비스와 정책은 주로 출퇴근이 집중되는 첨두시 교통문제, 특히 혼잡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었다. 그러나 직장, 가사, 육아에서 은퇴하거나 시간 활용에 자유도가 높은 65세 이상의 인구들을 위해서는 비첨두시 교통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안타깝게도 65세 이상 인구들의 비첨두시 통행행태나 그들의 니즈에 대한 연구는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단순히 빅데이터에만 의존해서는 초고령 사회의 모빌리티 니즈를 파악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 빅데이터는 결국 통행이 행해진 결과물로써 통행이 제한되거나 교통서비스가 부족해 통행하지 못한 숨겨진 니즈(잠재수요)를 분석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 모빌리티 서비스에 대한 드러나지 않는 수요와 필요한 수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방식이 필요하다. 전통적인 설문조사와 심층 인터뷰부터 실시간 위치 추적 기반 통행행태조사 등 전방위적인 조사가 필요하다. 더불어 이러한 조사로 얻게 된 지식들을 지속적으로 축적하고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도 필요하다.
현재 혁신적 모빌리티 서비스로 불리는 승차공유, 차량공유, 수요대응형 대중교통 등은 시간적·공간적 측면에서 비규칙적인 이동 수요에 적합한 교통서비스다. 이러한 서비스들은 개별 통행자들의 실시간 니즈를 기반으로 적합한 차량을 배차하거나 노선을 조정하는 등 유연하고 효율적인 온디맨드형 서비스이다. 이러한 유연성과 실시간성은 비반복적 통행이 많아질 초고령 사회에서 성장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초고령 사회에 대응하는 모빌리티 시장을 단순히 디지털 격차 해소나 육체적 보조의 관점에서 소수의 특수한 시장으로 한정해서는 안 된다. 65세 이상의 고령자들을 보호의 대상으로만 한정하지 말고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주도할 잠재 수요자로 바라보고 이들의 다양한 니즈를 반영한 포괄적인 모빌리티 서비스의 개발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시장 확대의 기회를 넘어 초고령화 사회에서 지속가능한 교통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필수적이다.
김진희 연세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kim.jinhee@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