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UFC 챔피언 메랍을 두 번이나 테이크다운시켰습니다. 그 순간이 결코 잊히지 않습니다”
‘로드 투 UFC ’(ROAD TO UFC) 시즌4를 통해 UFC 진출을 꿈꾸는 ‘빅 하트’ 윤창민(31)은 자신감이 하늘을 찌른다. 최근 특별한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 |
윤창민. 사진=UFC |
코리안 UFC 파이터 선구자인 ‘스턴건’ 김동현의 애제자이자 절친 동생인 윤창민은 최근 김동현, 고석현 등과 함께 지난 7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전지훈련을 소화했다. 그곳에서 현 UFC 밴텀급 챔피언 메랍 드발리쉬빌리를 비롯해 브라이언 오르테가, 댄 이게 등 UFC 정상급 선수들과 함께 몸을 부딪쳤다.
특히 메랍과 함께 한 시간은 윤창민에게 엄청난 자극이 됐다. 메랍과 직접 스파링을 하면서 두 차례나 테이크다운에 성공했다. 물론 메랍이 한 체급 아래고 여러 차례 메랍에게 테이크 다운을 당했다. 하지만 최정상급 선수와 힘과 기술을 겨룬 경험은 윤창민이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너무 큰 동기부여가 됐다. 메랍이 스파링을 마치고 ‘가능성이 높다’고 칭찬해줬다. 메랍이 ‘시작부터 너무 높은 곳을 바라보지 말고 한 경기 한 경기 이기다 보면 높은 곳에 올라가 있을 것이다’고 조언해줬다. 그 순간들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자신만의 노하우도 알려주면서 지도해주는데 너무 고마웠고, 또 훈련을 갈 생각이다”
윤창민은 로드 투 UFC 시즌 4를 통해 ‘꿈의 무대’ UFC 계약을 노린다. 이미 페더급 토너먼트 8강전에서 일본의 아오이 진을 판정으로 누르고 4강에 오른 상태다, 오는 22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4강전에서 세바스찬 살레이(호주)와 결승 티켓을 놓고 맞대결한다.
![]() |
UFC 진출을 노리는 ‘빅하트’ 윤창민. 사진=UFC |
윤창민은 이번 UFC 도전 이전에 이미 격투기 마니아 사이에서 이름을 널리 알린 파이터다. 김동현의 제자답게 탄탄한 기본기와 운동능력을 자랑한다. 타격과 스래플링의 균형이 뛰어나다.
이미 세계 3대 MMA 단체인 싱가포르 기반의 ‘원챔피언십’에서 7승 2패라는 준수한 전적을 기록한 바 있다. 통산 전적은 8승 1무 2패. 8번의 승리 중 5번이 KO 또는 서브미션 승리였다.
윤창민은 원챔피언십에서 높은 대전료를 받으면서 안정적으로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도 있었다. 실제 이름있는 웬만한 UFC 선수보다 더 많은 돈을 받고 뛰었다. 하지만 그는 돈보다 모험을 선택했다. 더 높은 목표를 위해 과감히 원챔피언십을 뒤로 하고 UFC에 도전장을 던졌다.
“원챔피언십에 대해선 고마운 부분이 너무 많다. 그런데 경기가 너무 안 잡혔다. 2019년에는 9개월 동안 4경기를 치렀는데 코로나19 팬더믹 이후에는 1년에 한 경기 정도만 잡히더라. 나는 시합하고 싸우는 게 좋아서 이 일을 하는 건데 너무 경기가 없었다. 이유 없이 훈련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고민이 많았다. 특히 팀동료인 (고)석현이 형이 UFC 컨텐더 시리즈를 통해 UFC에 가는 모습을 보면서 기적을 눈앞에서 본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때 UFC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특히 원챔피언십을 떠난 뒤 윤창민에게 큰 고비가 찾아왔다. 작년 12월 ‘코리안 좀비’ 정찬성이 주최한 ZFN 대회에서 박찬수와 무승부를 기록한 것. 많은 팬들은 해외무대에서 좋은 커리어를 쌓은 윤창민이 국내에서 주로 활동한 박찬수를 쉽게 이길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과는 무승부였다.
누구보다 가장 큰 충격을 받은 주인공은 윤창민 본인이었다. 그동안 쌓아온 산이 한 번에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다.
제 실력이 나오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원챔피언십에서 마지막 경기를 치르고 1년 9개월 공백이 있었다. 링 감각이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다. 체중 관리에도 문제가 있었다. 원챔피언십은 다른 대회에서 허용하는 수분 감량 다이어트를 엄격하게 제한한다.
2019년부터 6년 동안 원챔피언십에서만 활약한 윤창민으로선 오랜만에 진행한 수분 감량이 서툴고 낯설었다. 그 결과 계체는 통과했지만 이후 체중 회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경기 당일 상대 선수와 체중 차이가 7kg 이상 가벼운 상황에서 시합을 치러야 했다.
“원챔피언십은 계체를 한 뒤에도 리게인을 5%까지만 허용한다. 거기에 몸이 맞춰져있다보니 체중이 회복되지 않았다. 그냥 하던 대로 하자라고 준비했는데 그 부분이 달라 많이 당황했다. 경기에서 긴장도 됐고 멍도 때린 것 같다. ZFN 시합을 치르고 멘탈이 무너지고, 자신감을 완전히 잃었다”
![]() |
로드 투 UFC 시즌4 8강전에서 승리한 윤창민. 사진=UFC |
올해 5월 아오이 진(일본)과 치른 로드 투 UFC 시즌4 8강전은 팬들이 아는 윤창민이 돌아왔음을 보여준 경기였다. 아오이 진은 일본 단체 ‘DEEP’ 챔피언이었다. 특히 국내 페더급 강자 신승민을 사커킥으로 KO 시킨 경기가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윤창민은 ‘언더독’이라는 평가를 완전히 뒤집었다. 타격과 그라운드에서 압도하면서 판정승을 거뒀다. 부심 채점은 2-1이었지만 누가 보더라도 윤창민이 확실히 이긴 경기였다. 그 경기는 떨어졌던 자신감과 경기 감각을 다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다시 도전하는 마음으로 부담을 덜고 올라갔다. 상대가 워낙에 워낙 강하다고 알려졌다 보니 오히려 더 편안했고 경기가 좀 더 잘 풀린 것 같았다. ZFN 시합 이후 많은 분이 실망하셨는데 그 경기에서 이기면서 다시 자신감도 찾고 행복한 마음이었다”
지금 윤창민은 로드 투 UFC 시즌4 4강전만 생각하고 있다. 30대에 접어든 시점에서 남은 선수인생을 더 가치 있게 빛내고 싶은 마음이다. 늘 곁에 있는 가족과 여자친구, 그리고 함께 운동하는 동료가 힘들고 고통스러운 과정을 버티게 해주는 힘이 된다.
“내가 지켜야 할 가족도 있고, 나이가 있다 보니 결혼도 생각하고 있다. 여자친구는 오랫동안 내 옆자리를 지켜줬다. 남자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 UFC에 진출한 뒤 결혼할 수 있을 정도로 자리잡고 싶은 마음이 크다. 지금 같은 꿈을 바라보는 사람들끼리 모여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여러 크고 작은 이슈거 있는 것도 알고 있지만, 운동에만 집중하고 있다.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멋진 승리로 보답하고 싶다”
![]() |
현 UFC 밴텀급 챔피언 메랍 드발리쉬빌리를 테이크다운시키는 윤창민. 사진=유튜브 ‘매미킴’ 캡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