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암벽 등반가 알렉스 호놀드가 508m에 이르는 대만의 랜드마크 ‘타이베이101’을 맨몸으로 올랐다. 그는 등반을 시작한 지 1시간30여분만에 빌딩 정상에 섰다.
호놀드는 이날 오전 9시 10분(현지시간)부터 타이베이101을 오르기 시작했다. 타이베이101은 현재 세계에서 11번째로 높은 건물로, 2004년 완공됐으며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부르즈 할리파(828m)가 세워지기 전까지는 세계 최고층 빌딩이었다.
호놀드가 이번 도전에 성공하면서 인류가 맨손으로 오른 가장 높은 빌딩이라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기존 최고 기록은 프랑스 유명 등반가 알랭 로베르가 2009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452m)를 등반하며 세운 것이었다.
타이베이 101 빌딩은 대나무를 형상화한 구조로, 8층마다 마디에 해당하는 돌출 발코니가 설치돼 있다. 마디와 마디 사이가 완전히 수직이 아니라 바깥쪽으로 10~15도 기울어져 있어 등반하기가 까다로운 구조다.
손을 짚는 위치 하나 하나와 자신이 취해야 할 동작을 통째로 암기하는 것으로 유명한 호놀드는 이번 도전에 앞서 안전 장비를 착용한 채 빌딩에 올라 사전 리허설을 마쳤고, 이날 주저하는 모습 없이 빠른 속도로 빌딩을 올랐다. 로프와 안전 장비 없이 허리에 매단 탄산마그네슘 통이 전부였다.
이날 호놀드의 등반을 보기 위해 빌딩 일대에는 대규모 인파가 운집했다. 호놀드가 외벽에 매달려 위태로운 순간을 연출할 때마다 현장에서는 탄성과 환호가 번갈아 터져 나왔다. 건물 내부에서도 시민들이 스마트폰으로 그의 모습을 촬영하며 상황을 지켜봤고, 호놀드는 이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맨몸으로 고층 건물을 오르는 도전인 만큼, 사소한 실수도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극도의 위험을 동반했다. 세계 최대 스트리밍 플랫폼 넷플릭스가 등반 장면을 생중계한 것을 두고 윤리적 논란이 일었지만, 호놀드는 끝내 사고 없이 등반을 마쳤다.
호놀드는 빌딩 꼭대기에 서서 ‘셀카’를 찍으며 등반을 자축했다. 그는 그 자리에서 넷플릭스 중계진에 “조금 피곤하지만 굉장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호놀드는 빌딩을 내려올 때는 로프를 이용했다.
호놀드는 안전 장비 없이 암벽을 오르는 ‘프리 솔로(free solo)’ 클라이밍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등반가다. 그는 이 방식으로 2017년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엘 캐피탄’ 암벽을 최초로 올랐으며, 이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프리 솔로’는 2019년 아카데미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받았다.
그가 자연 암벽이 아닌 초고층 빌딩을 오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2020년 결혼해 두 딸을 둔 호놀드는 2012년 사재를 털어 재단을 설립한 뒤 전 세계 소외된 지역에 태양광 에너지를 보급하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가 이번 등반으로 받는 돈은 9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호놀드는 이 금액에 대해 메이저리그(MLB) 선수들이 1억 70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는 것과 비교하면 주류 스포츠 맥락에서는 아주 적은 액수라고 하면서도 이 돈이 ‘등반 자체’에 대한 대가라기보다 쇼와 방송권에 대한 대가라고 선을 그었다.
만약 방송 중계 없이 빌딩 측에서 허가만 해줬다면, 자신은 무료로도 올랐을 것이라고 말하며 등반 자체에 더 큰 의미를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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