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한국시간) 영국 북아일랜드 포트러시의 로열 포트러시GC(파71) 11번홀(파4).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러프에 잠긴 공을 한참 살핀 뒤 세컨 샷을 했다. 그의 클럽을 맞은 공이 공중으로 날아올라 그린으로 향하는 순간, 또다른 공이 튀어올라 앞으로 떨어졌다. 당황한 매킬로이가 눈을 크게 뜨고 코스 해설자에게 물었다. "대체 이게 뭐죠? 이런걸 본 적이 있나요?"
자신의 고향 북아일랜드에서 메이저 우승에 도전하는 매킬로이가 두 개의 공을 한번에 치는 황당한 장면을 만들어냈다. 이날 제153회 디오픈 3라운드 11번 홀에서다.
10번홀까지 매킬로이는 보기없이 버디만 3개 잡아내며 빠르게 순위를 끌어올렸다. 문제는 11번홀에서 그의 티샷이 오른쪽 러프로 향하면서 시작됐다. 러프였지만 다행히 관중들이 걸어다니는 길이어서 볼은 풀 위에 자리잡고 있었다.
매킬로이는 그린을 향해 힘차게 두번째 샷을 쳤다. 그런데 동시에 또다른 공 하나가 바닥에서 튀어올라 그의 앞에 떨어졌다. 매킬로이는 황당한 표정으로 이 공을 집어든 뒤 자신의 공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곤 옆으로 던졌다.
갑작스레 등장한 이 공은 러프 속 지면에 박혀있던 공으로 추정된다. 중계화면에 따르면 매킬로이는 자신의 공을 정확히 가격했다. 임팩트 과정에서 박혀있던 공이 튀어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 공의 영향인지 매킬로이의 공은 그린에 올라가지 못했고, 이 홀을 보기로 마무리했다. 그래도 다음홀에서 곧바로 이글을 잡아내 팬들의 열광적인 환호를 이끌어냈다.
이날 매킬로이는 4타를 줄이며 중간합계 8언더파 205타, 공동 4위로 경기를 마쳤다. 선두 스코티 셰플러(미국·중간합계 14언더파)에 6타 차이, 고국팬들이 간절하게 바라는 우승 가능성이 높은 상황은 아니다.
경기를 마친 뒤 매킬로이는 "처음에 공이 하나 툭 튀어올라오기에 큰 미스가 난줄 알았는데 고개를 들어보니 내 공은 잘 날아가고 있었다. 정말 이상했다"며 "지금까지 겪어본 적이 없고, 다른 코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링크스 코스이기에 가능한 이상한 일"이라고 웃어보였다.
이번 대회 내내 매킬로이에게는 압도적인 응원과 환호가 따라다녔다. 그는 "고국 팬들 앞에서 경기하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고 내일 하루 더 경험할 수 있어 정말 기쁘다"고 감사를 표했다.
그는 선두 셰플러에 6타 뒤에서 최종라운드에 나선다. 매킬로이는 "셰플러는 현재 업계 최고이고, 정말 견고한 플레이를 한다. 내일 따라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그래도 나에게는 아직 절반의 기회가 있다. 오늘처럼 좋은 출발을 해서 관중들을 흥분시키고, 셰플러가 압박감을 느끼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