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동 화이트큐브 2인전
30대에 붓을 든 두 女화가
타향에서 추상 세계 완성
한국전쟁 중 프랑스로 이주한 1세대 재불화가 이성자와 레바논 내전 발발 후 프랑스로 망명한 에텔 아드난. 타향에서 독자적인 추상 세계를 구축한 두 여성 거장의 작품이 한 공간에서 만난다.
서울 신사동 화이트 큐브 서울은 이성자와 에텔 아드난 2인전 ‘태양을 만나다’를 개최했다. 아드난의 작품이 국내에 전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시는 이성자의 1960년대 회화와 아드난의 회화·태피스트리를 중심으로 삶의 이동과 단절 속에서 피어난 두 작가의 조형 세계를 나란히 보여준다.
이성자의 추상은 기하학적 구조를 바탕으로 동양적 명상이 담겼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되는 1960년대 초반 작품은 파리 체류 시기에 제작한 ‘여인과 대지’ 연작이다. 고국에 두고 온 세 아이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캔버스에 담겨있다.
화면에 정교하게 분할된 기하학적 문양은 도시 설계도나 고대 문자를 연상시킨다. 물감을 층층이 쌓고 긁어내는 과정을 거쳐 완성된 화면에는 대지 위에 세워진 생명의 질서가 나타난다. 작가는 원과 사각형의 배치를 통해 우주의 기운과 생명력을 시각화했다.
철학자이자 시인이었던 아드난은 묘사를 최소화하고 색과 형태로 화면을 구성했다. 태양과 달, 산의 윤곽은 넓은 색면으로 단순화되고, 색채는 화면의 구조를 결정한다. 색과 색의 대비, 면의 분할이 화면의 리듬을 만든다. 이같은 작업 방식을 태피스트리 작업으로도 확장된다.
두 작가는 모두 성인이 돼 정규 미술 교육을 받지 않고 미술을 시작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성자는 32세에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 화단에서 활동을 시작했고, 아드난은 미국에서 철학을 가르치다 30대에 붓을 들었다. 아드난은 47세에 베이루트로 돌아가 활동하지만, 레바논 내전 발발로 파리로 망명했다. 삶의 이동과 단절 속에서 작업을 한 점에서 두 작가는 닮았다.
전시 제목인 ‘태양을 만나다’는 아드난이 1968년에 발표한 인류 최초의 우주 비행사를 다룬 시에서 따왔다. 빛과 우주에 대한 두 작가의 관심을 잇는 표현이다. 이제 모두 세상을 떠난 두 화가의 화면은 전시장에서 어떤 대화를 나눌까. 전사는 3월 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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