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산빗을ᄭᅢ치고 단풍나무숩을향하야난 적은길을 거러서 참어ᄯᅥᆯ치고 갓슴니다
黃金의ᄭᅩᆺ가티 굿고빗나든 옛盟誓는 차듸찬ᄯᅴᄭᅳᆯ이되야서 한숨의微風에 나러갓슴니다”
―‘님의 沈默’ 원문에서올해는 만해 한용운(1879~1944)의 ‘님의 침묵’이 발간된 지 100주년이 된다. 이를 기념해 그가 태어난 충남 홍성군 홍주성역사관에서 ‘님의 침묵 100년 100권 특별전’이 23일까지 열린다.
특별전은 1926년 5월 20일 간행된 회동서관본(초판본)을 비롯해 100년간 간행된 각종 판본 100권을 한자리에 모았다. 1897년 문을 연 회동서관은 서울 종로구 광교 인근에 있던 서점 겸 출판사. 1950년대 중반 문을 닫을 때까지 ‘님의 침묵’을 비롯해 이광수의 ‘무정’(1918년), 한용운의 ‘조선불교유신론’(1913년), 홍양호의 ‘해동명장전’(1907년) 등 숱한 명작과 애국계몽운동 서적, 연구서 등을 출간하고 유통해 한국 근대 출판문화의 산실로 꼽힌다.
‘님의 침묵’의 각 판본은 단순한 재인쇄를 넘어 일제강점기와 광복, 근현대기를 거치며 우리말과 근대 출판 문화가 변해가는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 특히 초판본은 한국 근대문학 초판본 중에서도 특별히 귀한 책 중 하나다. 발행 부수가 많지 않았던 데다 일제의 검열과 압수로 유통이 제한됐기 때문이다. 현재 국립중앙도서관과 일부 박물관 및 개인 등 소수만 소장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2023년 2월 열린 경매에서 1억5100만 원에 낙찰됐는데, 당시 근현대 문학 서적 경매 중 최고가였다.초판본에는 ‘님의 침묵’ ‘알 수 없어요’ 등 88편의 시가 수록돼 있지만, 조국과 독립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표현은 거의 없다. 대신 만해는 가장 마지막 ‘독자(讀者)에게’라는 후기 성격의 시를 ‘새벽종을 기다리면서 붓을 던짐니다’라는 문장으로 끝내며 ‘乙丑八月二十九日(1925년 8월 29일) 밤 끝’이라고 적었다. 만해는 8월 29일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지만, 학계에서는 이날이 한일병합조약(1910년 8월 29일)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시집 ‘님의 침묵’은 1933년 조선어학회가 한글맞춤법통일안을 제정·공표하기 전에 쓰였기 때문에 재판본(1934년)부터 맞춤법과 띄어쓰기, 용어 등이 끊임없이 수정됐다. 이 과정에서 출판사별로 시어(詩語)를 임의로 대체하거나 문장이 빠지는 일도 생겼다.
김진병 만해아카이브연구소장은 “한성도서 개판본(1950년)은 시 ‘이별’(초판본 제목 ‘리별’)에서 3문장이 빠지고, ‘칠석’(초판본 제목 ‘七夕’)에서는 ‘님’이 ‘남’으로 바뀐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만해아카이브연구소는 만해의 모든 작품을 초판본, 친필 원고, 이후 판본 등을 일일이 대조해 가장 원전에 가까운 표준본(‘교감영인 만해 용운당전서’)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
이윤현 홍주성역사관 학예사는 “‘님의 침묵’은 시도 훌륭할뿐더러 서지적 가치도 크다”라며 “일제강점기 판본의 내용 삭제와 변형의 흔적은 우리 민족이 처했던 검열과 탄압의 역사를 실증하는 사료”라고 평가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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