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허지은 기자]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투자 기업의 이사회에 직접 등판하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 위축으로 포트폴리오 기업의 엑시트(투자금 회수)가 지연되자, 핵심 인력을 이사회에 전진 배치해 기업 가치 제고와 재매각, 경영권 분쟁에 대응하는 과정을 직접 진두지휘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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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롯데손해보험, 한샘] |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손해보험(000400)은 지난달 열린 이사회에서 JKL파트너스의 강민균 대표를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했다. 매각 절차를 앞두고 사모펀드 수장이 직접 이사회에 합류해 딜을 컨트롤하겠다는 포석이다. 최근 롯데손해보험은 삼정KPMG를 매각 주관사로 신규 선임하고 이달 중 매각을 위한 티저레터를 원매자들에게 발송할 예정이다.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010130) 역시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기타비상무이사로 진입하며 이사회를 통한 실질적인 경영권 행사를 진행 중이다. 올해 주주총회에선 최연석 MBK 파트너가 기타비상무이사로 추가 선임되며 영향력을 확대하기도 했다. 엑시트 관리를 넘어 분쟁 상황에서 의사결정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다.
'이사진 8명 중 5명'… 한샘에 공들이는 IMM PE
한샘(009240)의 경우 이사회를 IMM 측 인사들로 대거 재편하며 기업 가치 제고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이번 주총을 통해 한샘 이사진 8명 중 5명이 IMM 측 인사로 채워졌다. 손동한 IMM PE 대표, 김태현 IMM PE 상무가 기타비상무이사로 신규 선임된 가운데 유헌석 IMM PE 부사장, 송인준 IMM홀딩스 부회장, 김정균 IMM홀딩스 부사장은 재선임됐다.
지난 4년여간 한샘 이사회 의장을 맡아온 이해준 IMM PE 부사장이 물러나고, 손동한 대표와 김태현 상무가 새롭게 투입됐다. 사모펀드 대표가 직접 이사회에 합류했다는 점에서 한샘의 실적 반등과 엑시트 전략 수립에 무게감을 더했다는 평가다. 손 대표는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사장 승진과 함께 대표직을 맡은 만큼, 올해 한샘 관리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선택한 기타비상무이사는 회사에 상주하지는 않지만, 사외이사와 달리 대주주의 이해관계를 직접 대변할 수 있는 요직이다. 경영 현안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면서도 매각이나 경영권 방어 등 전략적 의사결정에서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다.
'책임 경영'vs'과도한 개입' 엇갈린 평가
사모펀드가 이사회에 직접 참여하는 배경에는 녹록지 않은 시장 환경이 자리잡고 있다. 고금리 여파로 M&A 시장이 위축되면서 포트폴리오 기업들의 몸값 올리기가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롯데손해보험과 한샘은 각각 JKL파트너스와 IMM PE의 대표적인 '아픈 손가락'으로 꼽히는 장기 매물 중 하나이기도 하다.
JKL파트너스는 2019년 롯데그룹으로부터 롯데손보 지분을 인수한 후 2023년 JP모건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했지만, 인수를 검토한 우리금융 등이 높은 몸값을 이유로 최종 거래는 무산됐다. IMM PE 역시 2021년 한샘 창업주 조창걸 전 명예회장 등의 지분 27.7%를 약 1조4500억원에 인수했으나, 인수 후 부동산 경기 침체와 실적 부진으로 주가가 크게 빠진 상황이다.
사모펀드 입장에서는 운용역이 이사회에서 매각 과정을 컨트롤하는 '책임 경영'의 일환이지만, 업계의 시각은 엇갈린다. 대주주의 신속한 의사 결정으로 체질 개선과 밸류업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긍정적 평가와 단기 실적 중심 경영이 과도하게 투영될 경우, 기업의 장기 성장 동력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 인력의 이사회 진입은 매각 성사나 경영권 확보를 위한 승부수로 이해할 수 있다"며 "향후 실적과 매각 성과에 따라 평가가 갈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13 hou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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