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게임산업의 중심지가 발칵 뒤집혔다. 성남시가 공모전을 주최하면서 게임을 중독 예방 대상에 포함했기 때문이다. 이에 게임업계는 유망산업에 질병 낙인을 찍는 행위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게임을 중독 물질로 분류한 것이 부적절하다고 질타했다.
19일 문체부는 보건복지부에 게임 중독 용어 사용을 문제 삼는 공문을 발송했다. 복지부가 게임을 알코올·마약·도박과 동일한 중독 물질로 규정하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이 이를 정책에 인용·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체부는 “게임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은 사회적 낙인, 문화적 왜곡, 산업계 위축을 유발할 우려가 있어 신중한 검토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게임이 중독을 유발하는지 과학적·의학적 근거가 부족하고 국제 학계에서도 논쟁 중”이라고 설명했다.
게임업계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질병분류(ICD-11)를 준용해 게임이용장애를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체계(KCD)에 등재하는 것을 반대해 왔다. 문체부가 복지부에 공문을 발송한 것은 사실상 정부의 기조가 게임질병코드 도입을 유보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성남시청과 성남시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는 이달 초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중독예방콘텐츠 제작 공모전’을 개최하면서 공모 주제로 알코올·마약·도박·인터넷게임 등 이른바 ‘4대 중독’을 제시했다.
성남시가 게임산업을 도시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만큼 논란은 빠르게 확산했다. 실제로 성남시의 콘텐츠 수출액의 77%가 게임과 관련돼 있고 게임산업에 약 4만4000명이 종사 중일 정도로 게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이에 한국게임산업협회와 게임문화재단, 게임인재단, 한국게임개발자협회, 한국게임법과정책학회, 한국게임정책학회, 한국인디게임협회, 한국e스포츠협회가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성남시와 성남시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에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협회는 “게임은 대한민국 콘텐츠 수출의 과반을 차지하는 핵심 산업이고 성남시는 국내 게임 생태계의 중심지”라며 “이러한 도시에서 게임을 여전히 중독의 대상으로 취급하는 인식은 산업과 이용자 모두를 모욕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 공모전의 백지화 또는 인터넷 게임 항목 제외를 포함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며 “사태에 책임이 있는 최고위 관계자의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성남시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지침에 맞춘 표현일 뿐 성남시가 앞장서서 게임을 중독 물질로 규정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현재 공모전 문구도 인터넷게임에서 인터넷으로 변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