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왕국 日 시장 뚫었다”…다민로봇 대형 호텔 체인에 로봇 공급

“체크인 도와드릴게요. 잠옷과 베개는 여기서 고를 수 있어요. 저희 호텔의 자랑인 온천 사용법에 대해 알려드릴게요.”

일본 오사카 니시구 에도보리의 ‘유모토 하나노이 슈퍼호텔’에 들어서면 120cm 키에 10.25인치의 터치패널 얼굴을 가진 수다쟁이 로봇을 만날 수 있다.

한국 다민로봇에서 제작했고 ‘유센-알멕스(USEN-ALMEX)’에서 UI(사용자인터페이스) 등의 소프트웨어를 얹어 제작된 제품이다.

유센-알멕스는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일본서는 IT·미디어 대기업으로 유명한 유넥스트(U-NEXT)홀딩스 산하 시스템SI 회사다. 유넥스트는 넷플릭스에 이어 일본 OTT 시장에서 2~3위를 달리는 서비스 업체이기도 하다.

오사카 슈퍼호텔서 실증시험 중인 로봇은 호텔서 일하는 집사라는 의미에서 ‘클럿봇(ClerkBot)’으로 불린다. 체크인과 체크아웃을 도와줄 뿐 아니라, 고객이 필요한 호텔 내 각종 정보도 제공한다. 흡연실을 찾는다면 호텔 직원보다 클럿봇이 더 빨리 도와줄 정도다.

클럿봇은 한국어를 포함해 일본어·영어·중국어 등 4개 국어가 가능하다. 원하는 국가를 선택하면 해당 언어 기능이 작동되고, 말로 하는 설명을 화면으로도 동시에 보여준다.

전방과 후방에 각각 카메라가 달려 있다. 호텔 숙박객의 움직임을 체크해서 이들과 함께 이동하면서 다국어로 안내하는 것도 가능하다.

로봇왕국으로 불리는 일본에서 한국 로봇회사가 시장을 개척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최근 일본에서도 식당 서빙이나 청소 기능을 갖춘 서비스 로봇을 흔히 볼 수 있다. 대부분 값싼 중국산 범용 제품이다. 반면 일본 대기업의 까다로운 검증 과정을 거쳐 맞춤형으로 시장에 선보인 제품은 다민로봇이 처음이다.

클럿봇의 소프트웨어와 UI 등을 담당한 유센-알멕스의 이노우에 스스무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다민로봇은 우리가 원하는 제품을 원하는 사양에 맞게 생산해 줄 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라며 “가격을 넘어서는 부가가치가 이 회사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호텔에 4명의 직원이 있어도 한국어를 할 수 있는 직원이 1명뿐이라면 한국인 손님이 많이 왔을 때 만족스럽게 대응하기 어렵다”며 “클럿봇은 호텔 직원에게 불필요한 업무를 줄여 능률을 높여줄 뿐 아니라 고객에게도 보다 높은 가치의 서비스를 가능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클럿봇은 오는 15일까지 이곳에서 실증시험을 진행한다. 슈퍼호텔은 실험 결과를 토대로 지역과 호텔 특성에 맞는 기능을 추가한 뒤 일본 내 170여 개 전 점포에 이를 도입할 계획이다. 본격적인 제품 공급은 내년부터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강복현 다민로봇 대표는 “2년 전에 유센-알멕스 등을 만나 초기 콘셉트를 정하고 이후 여러 차례 기술 회의를 거쳐 지난 2일 실증시험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며 “자율주행과 자율충전, 카메라 인식 등 로봇의 핵심 기술을 회사가 내재화하고 있는 것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다민로봇의 일본 진출은 일본 토종기업인 신세이코퍼레이션에서 한국인 최고경영자(CEO)로 활동하고 있는 임범식 사장이 힘을 보탰다. 다민로봇이 삼성서울병원에 회진로봇과 방역로봇 등을 납품한다는 기사를 접한 그는 이러한 내용을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유센-알멕스에 소개했고, 결과적으로 대량 주문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노우에 CTO는 “유센-알멕스는 그동안 병원과 호텔, 골프장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IT 시스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며 “다민로봇을 호텔을 시작으로 병원 등으로 확대해 간호사 등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환자를 보다 질 높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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