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프, 텔레그램 ‘알파남’ CEO 구금에 긴장 고조

3 weeks ago 3

러 당국자들, 두로프 구금 조치에 격앙
러 외무부 “영사 접근권 요구, 佛이 거절”
텔레그램 “플랫폼 소유주에 책임 못 물어”

VK·텔레그램 개발 ‘러시아의 저커버그’
보는 시각 따라 평가 크게 엇갈려

[사진=파벨 두로프 인스타그램]

[사진=파벨 두로프 인스타그램]

러시아 기업인으로 글로벌 메신저 텔레그램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파벨 두로프(39)의 체포를 둘러싸고 프랑스와 러시아 간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날 두로프가 프랑스 당국에 구금되면서 양국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은 러시아 당국자들이 두로프가 체포된 데 대해 격앙된 반응을 보였으며, 일부는 이를 러시아에 대한 간접적인 적대 행위로 간주했다고 전했다.

로이터·스푸트니크 통신 등에 따르면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25일 “두로프에 대한 러시아 영사의 접근권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지만 프랑스가 협조를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어 “프랑스가 두로프가 프랑스 국적이라는 사실을 우선으로 여긴다는 점을 (거절 사유로)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국가는 자신의 국익에 부합할 때 일을 부당하게 처리한다는 식으로 프랑스를 비판했다.

프랑스 당국은 두로프 구금과 관련한 성명이 이튿날 발표될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수사 당국은 구금 기한을 연장했는데 이는 최대 96시간까지 늘어날 수 있다.

두로프는 2006년 러시아판 페이스북으로 불리는 프콘탁테(VK)를 개발해 ‘러시아의 마크 저커버그’로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가 반정부 시위에 참가한 VK 이용자 정보를 달라고 요구하자 이를 거절하고 2014년 러시아를 떠났다.

텔레그램에 따르면 두로프는 아랍에미리트(UAE)와 프랑스 시민권자다. 현재 텔레그램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본사를 두고 있다.

이번 두로프의 체포는 텔레그램이 범죄 및 유해 콘텐츠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두로프가 받는 혐의 중에는 텔레그램이 범죄에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를 하지 않는 것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텔레그램 이용자 수는 전 세계적으로 9억명이 넘는다.

두로프는 형 니콜라이 두로프와 함께 2013년 텔레그램을 출시했다. 텔레그램은 높은 보안성과 익명성을 앞세워 세계적인 SNS 플랫폼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두로프는 텔레그램을 만든 이후 “정부 당국자를 포함한 제삼자에게 단 1바이트의 이용자 데이터도 공개하지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텔레그램은 강력한 보안성으로 검열이 만연한 일부 지역에서 유용한 뉴스 소스가 됐으며 러시아, 이란, 벨라루스, 홍콩 등에선 반정부 민주화 운동 세력의 소통 도구로 활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보안성 때문에 다른 한편에선 아동 학대 등 유해 콘텐츠와 테러, 극단주의 콘텐츠, 가짜뉴스 확산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두로프에 대한 평가도 엇갈린다. 일각에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권력에 맞선 언론 자유의 옹호자이자 반권위주의 영웅으로 그를 칭송하지만, 범죄 행위가 판치는 플랫폼을 만든 책임이 있는 기술 거물이라는 시각도 있다.

영국 더타임스는 “텔레그램은 이용자의 자유와 사생활을 옹호하는 데 자부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테러리스트들과 극단주의자들, 마약상들이 텔레그램의 보호막 아래 모여들었다”고 지적했다.

텔레그램 측은 프랑스에서 구금된 두로프가 “숨길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텔레그램은 성명을 통해 디지털서비스법(DSA)을 포함한 유럽연합(EU) 법을 준수하고 있다면서 “플랫폼 또는 플랫폼 소유자가 해당 플랫폼의 남용에 대해 책임이 있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10억명에 가까운 이용자들이 텔레그램을 의사소통 수단이자 중요한 정보 출처로 사용하고 있다”면서 조속한 사태 해결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두로프는 테러, 마약 밀매, 돈세탁, 소아성애, 사기 등 다수 중대 범죄에 연루됐다는 혐의로 프랑스에서 체포됐다. 프랑스 경찰은 텔레그램이 콘텐츠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서 법 집행 기관에 협조하지 않은 점, 일회용 전화번호와 암호화폐 같은 수단을 제공하는 점 등을 문제 삼았다.

1984년생인 두로프의 재산은 현재 155억 달러(약 20조6000억 원)로 추산된다. 그는 정자 기증으로도 유명한데, 과거 정자 기증이 자신의 ‘시민적 의무(civic duties)’라고 발언해 주목을 끌기도 했다. 그는 정자 기증을 통해 전 세계 12개국 100명 이상 아이들의 ‘생물학적 아버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영국 데일리메일 등은 “두로프가 정자 기증을 통해 100명 이상의 자녀를 낳았고, 여성들이 자신의 ‘고품질 유전자’를 원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그는 “내 생물학적 자녀들이 서로를 더 쉽게 찾을 수 있도록 DNA를 오픈소스로 공개하고 싶다”며 “물론 위험이 따르지만, 그들의 정자 기증자가 된 것은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적으로 건강한 정자가 부족해 출산 문제가 대두하고 있지만 이를 완화하는 데 일부 이바지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두로프의 정자는 모스크바의 한 클리닉에서 3만5루블(약 51만 원)에 살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기증받은 정자로 IVF 치료에 드는 비용은 30만 루블(약 442만 원) 이상, 인공수정 비용은 700파운드(약 119만 원) 선이다.

그의 정자 기증 프로필에는 채식주의자이고, 일찍 일어나는 것을 좋아하고, 영어·페르시아어·라틴어 등 9개 외국어를 구사한다고 소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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