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진 북극 바닷길[횡설수설/장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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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만 해도 북극 일대는 연중 해빙(海氷)으로 덮여 쇄빙선 없이 항해하는 게 불가능했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여름철 해빙 면적이 1979년 700만 km²에서 2024년 440만 km²로 줄며 상황이 달라졌다. 일반 선박도 여름 전후 2, 3개월은 북극항로를 다닐 수 있게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2030년이면 연간 100일 이상 항해가 가능해지면서 상업적 이용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한반도와 유럽·북미를 오가는 거리와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부산에서 러시아 북쪽 북동항로를 거쳐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가면 이동 거리가 1만3000km로 수에즈 항로보다 35% 줄어든다. 항해 기간은 30일에서 20일로 줄고, 척당 항해 비용은 22% 절감된 300만 달러 정도가 된다. 울산에서 알래스카 북쪽 북서항로를 지나 캐나다 퀘벡으로 가면 파나마 운하 항로 대비 이동 거리를 3분의 1가량 줄일 수 있다. ▷한국은 2013∼2016년 다섯 차례 북극항로를 시범 운항했다. 하지만 당시는 해빙으로 운항이 어려운 구간이 많아 쇄빙선 이용료 등을 감안하면 수지가 안 맞았다. 국제유가가 하락하며 거리 단축에 따른 연료비 절감 효과도 줄었다. 북극항로가 최근 10년 가까이 해운업계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 이유다. 그러다 요즘 국제유가가 오르고 중동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다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22일 팬스타 아크로호가 부산에서 영국까지 북동항로 시험 운항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2758TEU급(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중소형 컨테이너선으로 수출용 화학제품과 중고차 등을 실었다. 정부는 이번 항해를 마친 뒤 정기 노선 개설을 추진할 방침이다. 친이란 무장세력 후티 반군이 홍해를 지나는 상선을 공격하는 상황에서 북동항로의 전략적 가치가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북극항로 선점 경쟁에선 중국이 한발 앞서 있다. 지난해만 23차례 항해했을 정도다. 이달에는 중국 남부 닝보에서 출발해 영국, 네덜란드, 독일을 거치는 정기 노선까지 열었다. 일본도 2020년부터 북극항로로 러시아산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입하기 시작했다. 해상 운송로 다변화와 에너지 안보, 쇄빙선 등 조선업의 새 먹거리 확보 등을 두루 염두에 둔 행보다. ▷다만 북동항로 대부분은 러시아 관할이라 협조를 구하는 과정에서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2022년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북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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