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들썩하더니…"신뢰 파탄" 첸백시도 뉴진스도 '완패' [연계소문]

18 hours ago 4

그룹 엑소 첸백시 /사진=한경DB

그룹 엑소 첸백시 /사진=한경DB

"신뢰 파탄"

K팝 아이돌들이 세계에서 위상을 떨치며 전성기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소속사와 그룹 간 분쟁이 연일 팬덤을 떠들썩하게 했다. 소속사에 문제를 제기하며 법적 공방을 벌여온 그룹 엑소(EXO) 첸·백현·시우민(첸백시), 뉴진스(Newjeans)가 잇달아 패배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K팝 산업 내 계약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모양새다.

최근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와 첸백시는 상반되는 주장의 입장문을 발표하며 첨예하게 대립했다. SM은 오는 12월 엑소 완전체 활동을 예고하면서 첸백시를 제외했는데, 첸백시 측은 강력하게 합류를 원하고 있다.

그 이면에는 계약 갈등이 있다. 첸백시 3인은 SM과 재계약을 체결한 지 5개월 만인 2023년 6월 SM이 수익금 정산 자료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당시 SM은 이들의 주장을 전면 반박하며, 재계약 관련해서도 "재계약이 전혀 강제되지 않는 상황에서 대형 로펌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가며 당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 뒤에 신규 전속계약을 체결했다"며 첸백시 3인이 돌연 문제를 제기하는 것에 의문을 표했다.

이 과정에서 템퍼링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SM은 이를 차치하고, 결국 합의로 의견을 모았다. 협상 테이블에서 SM은 첸백시 3인이 개인 활동을 새로운 소속사에서 독자적으로 할 수 있도록 했다. 단 전속계약이 유효한 상태인데다가, 엑소 첸백시라는 IP 사용을 허락하기에 '개인 활동 매출액의 10%'를 지급할 것을 제안했다. 첸백시 측 역시 동의했다.

하지만 '개인 활동 매출액 10%' 지급은 이행되지 않았다. 첸백시 측은 "SM이 합의서를 작성하며 카카오를 통한 유통 수수료율 5.5%를 보장해주기로 해놓고 먼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합의서에 포함된 내용은 아니지만 구두로 약속한 것이었다며, 이것이 이행되지 않음에 따라 합의서에 적힌 '개인 매출 10%를 SM에 지급한다'는 조항도 따르지 않겠다는 주장이었다.

결국 양측은 다시 평행선을 걸었다. 첸백시 측은 △이성수 SM CAO(최고 A&R 책임자)와 탁영준 대표 고소·고발 △정산 자료 문서제출명령 △정산 관련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문화체육관광부 신고 △공정거래위원회 신고 등의 행동에 나섰다. 하지만 줄줄이 기각 혹은 무혐의 결론이 났다.

첸백시 측은 "기존 합의서의 이행을 성실히 진행하겠다"며 입장을 바꾼 상태다. 하지만 SM은 '신뢰 문제'를 언급했다. 다수의 분쟁으로 공세를 펼치면서 신뢰가 크게 무너졌고, 2차 조정기일 이후에도 첸백시 측이 먼저 이의신청했다고 지적했다. 3인 측이 그간 여러 건의 분쟁을 걸어왔고, 결과적으로 문제 제기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도 크게 바뀌었다.

뉴진스 긴급 기자회견 <사진=한국온라인사진기자협회>

뉴진스 긴급 기자회견 <사진=한국온라인사진기자협회>

1년 동안 소속사 어도어와 분쟁을 이어온 뉴진스도 전속계약 소송 1심에서 끝내 '완패'했다.

뉴진스 멤버들은 지난해 11월 어도어의 전속 계약 위반으로 계약이 해지됐다고 일방 발표한 뒤 독자 활동에 나섰다. 이들은 "민희진 전 대표 축출 등으로 신뢰 관계가 파탄 나 해지 사유가 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뉴진스 멤버들의 연습생 시절 사진 및 영상 유출 △하이브 PR(홍보) 담당자들의 뉴진스 성과 폄훼 발언 △하이브 산하 레이블 빌리프랩 소속인 걸그룹 아일릿의 뉴진스 고유성 훼손 및 대체 시도 △아일릿 매니저의 뉴진스 멤버 하니에 대한 '무시하고 지나가라'는 발언 △하이브의 음반 밀어내기 관행으로 인한 뉴진스의 성과 평가절하 등을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모두 전속계약 위반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다만 뉴진스가 즉각 항소 계획을 밝히면서 다툼은 더 길어지게 됐다.

무엇보다 전속계약 분쟁은 산업 전반에 전례가 남고, 템퍼링 등의 부작용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양측 갈등에 그치지 않고 업계가 주목하는 사안으로 부상했다.

실제로 뉴진스 건과 관련해 재판부는 무려 40여분에 걸쳐 판결 요지를 낭독했다. 통상 민사 선고가 결정 내용만 짧게 고지하는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었다. 재판부는 "전속계약 해지 통보 이후 일어난 법적 분쟁에서 신뢰 관계가 파탄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해지 통보 이후 사정을 신뢰 관계 파탄의 원인으로 보고, 전속계약 해지를 인정하는 건 신중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연예인에게 자유의사에 반하는 전속 활동을 강제하는 것은 연예인의 인격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면서도 "연예인이 매니지먼트 전속계약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팬덤을 쌓은 후 경영상 판단 영역인 인사나 콘텐츠 제작 결정권을 행사하는 무리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을 전속계약의 강제로 인한 인격권 침해로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표준전속계약서에 입각한 '계약의 신뢰성을 담보한 보호'를 강조해왔던 한국매니지먼트연합은 이번 판결을 두고 K팝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유재웅 한국매니지먼트연합 회장은 "본 판결이 표준전속계약서에 기반한 업계의 관행과 계약의 신뢰를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아이돌 전속계약이 노예 계약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있었다. 지원 환경이 충분치 않거나 조건이 일부 불합리했던 것도 사실이다"라며 "하지만 K팝 산업이 대형화, 시스템화하며 성장한 지금과는 거리가 먼 얘기"라고 일축했다.

이어 "아티스트는 계약서상 '을'로 표시되지만, 사실 이러한 갑을관계가 사라진 지 오래다. 정당한 계약에 대한 가수들의 인식이 커졌고, 회사도 일방적인 조건을 강요하기 어렵다. 여러 차례 상호 충분한 검토와 논의를 거치게 된다"며 "결국 분쟁 시에는 실질적인 불합리의 영역, 물질적인 지원 부족, 부당한 인격권 침해 등이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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