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싸워야"… 트럼프, 이스라엘 손 빌려 이란 핵 해결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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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이란이 합의하길 바라지만 때론 서로 싸워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갑자기 공습을 묵인한 데 이어 아예 이스라엘의 공격을 부추기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까다로운 이란 핵 문제를 이스라엘 손을 빌려 해결하려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뜻대로 될지 의문이며 ‘중동 전쟁 늪’에 빠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한 궁금증을 짚어본다.

① 트럼프, ‘이스라엘 공격 묵인’ 왜?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 공격을 사실상 용인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최근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은 교착 상태다. 미국은 이란에 우라늄 농축 중단을 강력히 요구했지만 이란이 이를 거부해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만류해왔다. 반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이 시간을 끌고 있다는 이유로 선제 공격 필요성을 강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되는 건 이스라엘의 공습 시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이란에 60일간 시한부 협상을 제안하면서 합의를 종용했지만 이란은 미국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13일은 미국이 이란과 협상한 지 61일째였다. 이란이 ‘데드라인’이 지나도록 합의를 거부하자 트럼프 대통령도 이스라엘의 공습을 더 이상 만류하지 않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란 정권 교체 가능성도 요인으로 꼽힌다. 네타냐후 총리는 15일 “이번 공격 여파로 이란 정권 교체가 일어날 수 있다. 현재 이란 정권은 매우 약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에도 이란과 협상보다 정권 교체로 중동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기류가 있다. 제프리 루이스 미국 미들베리국제연구소 교수는 “이번 이스라엘의 공격은 핵 시설보다 이란 정권 자체를 겨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란의 동맹 세력 약화도 이스라엘의 공격을 묵인한 배경이다. 이스라엘은 2023년부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하마스, 레바논의 헤즈볼라 등 친이란 무장 세력을 잇달아 타격해 궤멸 직전까지 몰아붙였다. 지난해 4월과 10월 이란과 짧은 교전에서 이란 방공망의 상당 부분을 무력화하기도 했다. 이란 공습의 성공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런 전략적 상황에 따라 공습을 묵인했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이란이 핵무기를 완성하면 중동 정세가 통제 불능될 것이라는 위기감도 한몫했다. 최근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을 408㎏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추가 농축 시 핵폭탄 9개를 제조할 수 있는 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장 위험한 정권에 가장 위험한 무기를 허용할 수 없다”고 말해왔다.

②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성공할까

현재까지 전황을 보면 미국의 간접 지원을 받은 이스라엘의 공격은 상당한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이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과 군 참모총장을 비롯해 핵 과학자, 나탄즈 핵 시설 등 주요 핵 인프라 일부를 파괴하면서 이란 핵 프로그램에 적잖은 타격을 줬다. 그러나 공습으로 이란의 핵 능력을 완전히 제거했는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이란은 지하 시설 등에서 핵 개발을 은밀히 이어갈 수 있다.

이란이 보복 공격을 했지만 이스라엘의 피해는 크지 않다. 이란 동맹국도 후티 반군을 제외하면 잠잠하다. 다만 이란 국민 다수가 공습에 분노해 뭉칠 가능성이 있다. AP통신은 “초기에는 이스라엘 공격에 대한 지지가 높지만 민간 피해가 커지거나 전쟁이 장기화하면 국제사회 여론이 급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③ 트럼프, ‘중동 전쟁 늪’에 빠지나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이 미국에 예상치 못한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이번 공격은 미국과 무관하다”고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이란은 미국을 배후로 지목하고 있다. 미군이 주둔한 바레인 등의 미군기지에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자칫 이번 공습이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면전으로 번지거나 장기전으로 치달으면 미국은 중동 전쟁 늪에 빠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강조한 “끝없는 전쟁에서 미국을 빼낸다”는 공약은 물거품이 된다. 미국 내에서 정치적 논란과 반발이 커질 수 있다.

게다가 중동 전쟁이 길어지고 미국 군사 자산이 중동에 쏠리면 미국의 전략적 경쟁 상대인 중국 견제는 상대적으로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미국은 과거 ‘테러와의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장기화되는 바람에 중국 부상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는데, 그런 상황이 반복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이스라엘 주요 도시 곳곳에선 16일에도 이란의 미사일 공격이 잇따랐다. 이스라엘도 이란 군사 시설에 나흘 연속 공격을 이어갔다. 나흘간 양국 교전으로 500명 넘는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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