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의결 신청 늘었지만 신뢰도 ‘뚝’…“피해구제안 강화해야”

5 hours ago 2

[동의의결 면죄부 논란]
‘피해구제미흡’ 최종 기각 단 1건
꼼수 시정안에 국감 단골 ‘면죄부’
“의견 수렴절차 형식적” 비판여전
“절차 보장·이행 관리 철저히해야”

  • 등록 2025-05-14 오전 5:00:00

    수정 2025-05-14 오전 5:00:00

[세종=이데일리 강신우 하상렬 기자] 동의의결제도는 경쟁 당국 입장에선 신속한 사건처리를 통해 행정력 낭비를 줄일 수 있고, 사업자는 사건 종결로 인한 비용이나 불확실성을 없앨 수 있어 필요한 제도로 손꼽힌다. 또한 불공정한 사례로 피해를 본 소비자와 이해관계자 역시 국고로 들어갈 ‘과징금·과태료’ 대신 직접 보상을 받을 수 있어 피해구제 역시 현실적이라는 평가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 경쟁 당국이 동의의결을 적극 활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한국에선 ‘동의의결=면죄부’라는 꼬리표 논란이 지속하고 있다. 피심인, 즉 불공정한 상황을 만든 기업이 내놓은 자진 시정안이 정작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하지 못한 탓이다.

이에 동의의결 개시 전부터 이해관계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는 한편 동의의결 확정 후라도 철저하게 시정안 이행을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피해구제 미흡 최종불발 단 1건…“보상수준 높여야”

13일 공정거래위원회와 업계 등에 따르면 이달 기준 누적 동의의결 신청 건수는 구글코리아·쿠팡이츠·배달의민족·브로드컴 등을 포함해 총 32건이다. 이중 피심인이 신청한 동의의결이 최종 심의에서 기각된 사례는 단 1건뿐이다. 미국 반도체 업체인 브로드컴이 삼성전자에 갑질(거래상지위남용)한 사건이다. 공정위는 2023년 6월 심의에서 ‘삼성전자에 대한 피해구제안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동의의결을 수용하지 않았다.

이후 공정위는 곧장 본사건 심의 절차에 돌입해 같은 해 9월 시정명령과 과징금 191억원을 부과했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당시 언론 브리핑에서 “결과적으로 브로드컴이 제시한 자진 시정안은 거래 질서 개선과 피해보상이라는 부분에 충분치 않아서 기각했다”고 밝혔다.

브로드컴 사건 이전엔 피해구제책이 다소 미흡해도 동의의결 개시 시점의 잠정 시정안이 최종 통과된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는 해마다 국정감사에서 “기업 봐주기”란 지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실제로 2014년 네이버가 중소상공인희망재단에 기금 출연을 약속한 1000억원 중 절반인 500억원은 동의의결 전 이미 약정된 사항이고 2016년 통신 3사는 1138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 피해자 중 16명에 대해서만 피해 구제에 나섰다.

이처럼 피해 구제가 미흡한 사례가 반복하며 동의의결에 대한 신뢰도는 점점 떨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동의의결 개시 전 업계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시정안이 최종안이 되는 경우까지 발생하다 보니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형식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피해보상 수준을 지금보다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홍성진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하도급 동의의결제도 검토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건설하도급 분야의 동의의결제도는 법을 준수한 사업자와의 형평성을 위해서라도 법 위반 사업자가 신청하는 시정방안은 징벌적 손해배상 수준의 피해 보상이 이뤄져야 실효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장고 끝 허술한 시정안…“의견 수렴 절차보장 중요”

동의의결을 신청했다고 공정위가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최종 기각 사례는 1건뿐이지만 개시 전 불발된 건수는 작년 말 기준 총 신청건수 28건 중 40%에 이르는 11건에 달한다. 기각된 신청건 대부분은 피해구제책이 미흡했다기보다는 부당한 공동행위(담합)나 고발요건에 해당하는 중대한 사건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공정위 입장에선 동의의결이 달갑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있다. 소비자 등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피심인과 치열한 협상전을 벌이면서 동시에 이해관계자 의견도 반영해야 한다. 본사건 심의를 진행하는 것과 비슷한 행정력을 써야 할 때도 있다.

이 때문에 동의의결 개시 신청부터 최정 결정까지 3~4개월로 명시했지만, 실제로 1년간 동의의결 절차를 진행하는 곳까지 나온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동의의결에 대해 면죄부 비판이 계속 나오는 것은 피해구제 등 시정방안이 피해기업이나 일반 여론의 관점에서 부족해 보이기 때문”이라며 “이해관계인의 의견 수렴 등 절차적 보장과 동의의결 이후 이행관리도 철저히 한다면 동의의결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