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 독주 체제가 흔들리면서 비만약 처방 환자들의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릴리는 자사의 GIP/GLP-1 수용체 이중효능제 '마운자로프리필드펜주' 2.5㎎과 5㎎/0.5㎖를 8월 중순 국내 2형당뇨병 및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출시한다. 미국에선 당뇨병 치료용 명칭은 '마운자로', 비만치료제는 '젭바운드'로 이원화했지만 국내에선 마운자로 한 가지 명칭으로 판매된다.
한국릴리는 마운자로의 국내 출시를 앞두고 막바지 준비에 한창이다. 최근 30여명에 달하는 마케팅 및 영업 인력을 충원하며 자체 영업망을 강화했다. 또한 의약품 유통기업인 지오영 등 도매사 40~50개사와 공급계약을 체결, 납품 규모와 공급가를 조율하고 있다.
기존 국내 비만약 시장은 삭센다 등 다양한 약이 있었음에도 최근 '위고비'가 독주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마운자로 출시가 눈앞까지 다가왔고 해외에서 기존 비만약 가격이 내려가고 있다. 여기에 복제약까지 등장하면서 가격이 더 인하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흘러나오고 있다.
위고비는 0.25㎎, 0.5㎎, 1.0㎎, 1.7㎎, 2.4㎎ 등 총 5단계 용량 모두 출고가가 동일하다. 4주분 기준으로 펜당 약 37만 2000원에 책정돼 있으며, 실제 병·의원에서는 진찰료와 주사 비용 등을 더해 한 달 사용 비용이 40만~70만 원대다.
마운자로는 주 1회 투여용으로 설계돼 있다. 펜 하나가 1주일분에 해당하기 때문에 4주 사용 시 4개의 펜을 사용한다. 비밀유지계약에 따라 출고가는 공개되지 않는다는 게 한국릴리의 입장이다. 다만 이제 막 시장에 진입하는 후발주자인 만큼 마운자로 2.5㎎은 위고비보다 출고가가 낮게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마운자로의 소비자 가격이 위고비보다 약 10~20%가량 저렴할 것으로 전망한다.
여기에 GLP-1뿐만 아니라 GIP 수용체까지 이중으로 작용하는 메커니즘 덕분에 체중 감량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난다는 점도 수요를 끌어올릴 요소다. 마운자로는 임상실험에서 체중 감량 효과가 현재까지 나온 비만약 중 가장 컸다.
미국에서는 마운자로가 위고비를 앞서기 시작했다. 올해 1분기 기준 마운자로(미국 제품명 젭바운드)의 미국 비만약 시장 점유율은 53.3%로 위고비(46.1%)를 앞질렀다. 최근 위고비의 노보 노디스크는 연간 매출 성장 전망치를 기존 13~21%에서 8~14%로 낮췄다. 영업이익 성장 전망치 또한 16~24%에서 10~16%로 하향 조정했다. 경쟁약 출현에 따라 위고비의 성장 전망이 둔화되며 하반기 성장 기대치가 낮아진 데 따른 조치다.
국내에서 위고비는 비만약 시장 점유율 73.1%로 압도적이라는 평이다. 출시 6개월만에 매출 1000억을 올리며 1년 사이에 압도적인 점유율로 시장 1위를 달성했고, 위고비 덕택에 국내 비만약 시장이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기기도 했다.
마운자로와 위고비의 경쟁 사이에서 잇따른 복제약 출시로 가격 인하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제네릭 전문 제약사 산도스(Sandoz)는 2026년 1월부터 캐나다에서 GLP-1 계열 비만약 가격을 기존보다 최대 70%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오젬픽, 위고비, 마운자로 등이 대상이며, 이는 북미뿐 아니라 다른 시장에도 상당한 가격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인도에선 대형 제약사들이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의 복제약을 2026년 3월 이후 세계 시장에 출시할 계획을 속속 밝히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제네릭의 가격이 브랜드 약 대비 최대 80%까지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인도 주요 업체들의 경우 이미 원료 생산라인을 확대하며 시장 진입 준비에 나섰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같은 글로벌 가격 인하와 복제약 출시 흐름은 국내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일부 소비자들은 해외 직구를 통해 저렴한 약을 구매하려는 시도가 늘어날 수 있다.
국내 제약사들의 비만약 출시도 예고되고 있다. 상용화된다면 국산 기술로 국내에서 만들기 때문에, 해외에서 수입하는 약보다 가격 경쟁력 부분에서 훨씬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대원제약과 라파스는 마이크로니들 패치형 비만치료제를 개발 중이며, 대웅제약은 현재 경구용 제제 후보물질 발굴을 완료하고 특허 출원을 마친 상태다.
현재 국내에서 비만 치료제는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으로 환자가 전액을 부담해야 한다. 비만이 미용이 아닌 만성 질환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는 만큼 정부와 보험 당국에서도 건강보험 적용 가능성을 점진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시민단체와 의료계에서는 '비만 치료 접근성 확대'를 위한 보험 적용 및 약가 인하 요구가 본격화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